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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영상으로 기록한 기억과 물질에 대한 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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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림 작가의 1채널 영상 '운송중'의 한 장면. 11분 22초. 2020. [사진 이은주]

김규림 작가의 1채널 영상 '운송중'의 한 장면. 11분 22초. 2020. [사진 이은주]

네덜란드에서 먼저 장소 특정적 영상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 김규림의 '운송중'. [사진 김규림]

네덜란드에서 먼저 장소 특정적 영상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 김규림의 '운송중'. [사진 김규림]

한국에서 해외로 부친 '작품'이 사라졌다. 작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커다란 벽면을 채운 영상에는 초대형 화물 선박이 마주한 풍경만 보인다. 배는 어느 항구엔가 도착했고, 게이트는 물건을 내리기 위해 준비한다. '작품'은 도대체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로 갔을까? 수수께끼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던 영상은 항해 도중 선장이 바라보고 있는 영상이 결국 찾고 있던 작업임을 알리고 마무리된다.

서울문화재단 지원 김규림 개인전

러닝 타임 11분 22초.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머물고 있던 김규림(28) 작가가 완성한 '운송중'이란 제목의 1채널 영상 설치 작품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제작 지원하는 김규림 개인전 'Arrived Buried Carried'이 서울 용산구에 있는 문화공간 윈드밀(Windmill)에서 11월 1일까지 열린다. '운송중'은 작가가 네덜란드 잔담에 위치한 헷 헴(Het Hem)에서 장소 특정적 영상 설치 작업으로 선보였던 작품. 그곳에선 폐공장 크레인 구조물에 2개의 TV를 매달아 영상을 설치해 전시했지만, 서울에선 1채널 영상으로만 상영된다.

김규림 작가는 "이 영상을 통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물류의 이동과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이런 상황과는 또 상반되게 온라인 영상작업이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규림, 기억과 물질, 10분 15초, 2021. 파묘 현장소리와 겹쳐진 영상이 독특하다. [사진 김규림]

김규림, 기억과 물질, 10분 15초, 2021. 파묘 현장소리와 겹쳐진 영상이 독특하다. [사진 김규림]

전시에서 함께 소개하는 또 다른 영상 '기억과 물질'(10분 15초)도 흥미롭다. 데이터 복구 과정이 펼쳐지는 화면서 파묘 현장의 소리가 하나로 겹쳐져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현재에 남아 있는 과거의 '물질'은 이토록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유르기스리에투노바스와 협업한 7분 12초짜리 '퇴적물'은 데이터의 물리적 질량을 퇴적물의 무게와 비교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김규림, 유르기스 리에투노바스 협업 작 '퇴적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이은주]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김규림, 유르기스 리에투노바스 협업 작 '퇴적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이은주]

1993년생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으며 네덜란드 샌드버그 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마쳤다. 작가는 영상이 설치되는 장소와 영상 내용의 관계를 고려한 장소 특정적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물질의 이동 과정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것들을 살피고 있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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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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