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액 증가율은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1.0%)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뒷걸음질 친 것은 한은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전수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9만9399곳을 대상으로 경영 활동을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의 몸집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정제업(-6.7%→-34.1%)과 화학업(-5.2%→-8.0%)의 매출이 크게 낮아졌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와 운수업의 매출이 줄어들며 운수창고업(2.1%→-8.1%)의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성장세 둔화는 업종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 전반에 나타났다. 제조업(-1.7%→-2.3%)과 비제조업(2.3%→0.0%), 대기업(-2.3%→-4.6%)과 중소기업(4.2%→3.9%) 모두 매출액증가율이 뒷걸음질쳤다.
몸집도 줄었지만 경영 상황도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율은 40.9%로 2019년의 역대 최고치(36.6%)를 갈아치웠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이자 낼 돈도 못 벌었다는 이야기다. 이 지표는 2016년(31.8%) 이후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영업활동을 해도 이자조차 낼 수 없는 기업이 늘어난 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의 부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정책으로 영업활동이 어려워졌고, 회사 운영 자금을 빌렸기 때문이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부채비율은 지난해 118.3%로 전년(115.7%)보다 2.6%포인트 상승했고, 차입금의존도(29.5%→30.4%)도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적자 기업이 많이 늘어난 데다 대출이 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탓에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업의 수익성은 전년과 동일하거나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2%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매출액세전이익률은 3.9%로 전년(3.7%)보다 다소 늘었다.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4.4%→4.6%)은 반도체 부문이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업(5.6%→8.4%)의 영향으로 개선됐지만, 비제조업(4.0%→3.9%)은 다소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