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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승계 부당지원 '하림'에 과징금 49억원…檢고발 안해 '맹탕' 지적도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를 통해 총수 2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하림 측에 4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김흥국 하림 회장이 장남인 준영씨에게 하림의 사실상 지배회사인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의 지분 100%를 증여한 이후 올품에 부당 이익을 안겨 왔다고 판단했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 뉴스1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 뉴스1

2세에 증여 후 부당지원 시작

공정위는 올품을 부당 지원하고 사익편취를 도운 혐의로 하림그룹 소속 계열회사에 대해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2012년 김 회장이 아들에게 지분 100%를 증여한 올품은 하림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지난 5월 기준 올품은 하림지주 지분 4.4%를 가지고 있고,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가 하림지주의 20.2% 지분을 차지한다. 합치면 24.6%로 김 회장의 하림지주 지분비율(22.9%)보다 높다.

동물약품 올품 통해 통합구매 

공정위에 따르면 지분 증여 이후 하림그룹은 올품에 세 가지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팜스코, 포크랜드 등 5개 하림 계열사 양돈농장은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기존에 계열농장이 각자 구매하는 방식에서 올품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5개 양돈농장은 동물약품을 올품에서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5개 양돈농장은 국내 최대의 동물약품 수요자다.

통상 통합구매는 대량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이 목적이지만, 올품은 판매가격을 시중가격보다도  높게 책정했다. 공정위는 “팜스코는 통합구매 기간 중 세 차례나 자체 가격조사에서 약품 구매가격이 외부 양돈사업자의 직구매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통합구매를 2017년까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중간 마진·저가 주식 판매

올품은 하림 계열 사료회사를 이용해서는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이윤을 남겼다. 선진, 팜스코, 제일사료 등 3개 회사는 사료첨가제를 각자 구매해왔지만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에서 통합구매했다. 하림 계열 사료회사들은 직접 거래하던 사료첨가제 제조사의 제품을 똑같이 사용했지만, 올품이 그 중간에 들어오면서 3%의 중간 마진을 얻었다.

하림지주는 올품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팔아 올품이 차익을 얻게끔 하기도 했다. 하림지주는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계열사로 있던 구 올품을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에 판매한다. 당시 구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의 지분 2.6%도 올품이 가지게 됐다. NS쇼핑은 주당 7850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구 올품 주식 매각 시점인 2013년 1월 전후 NS쇼핑의 주당 거래금액이 5만3000원~15만원 선이었다. 7850원보다 최대 19.1배가 비싸다.

전북 한 양계장에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안개분무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북 한 양계장에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안개분무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올품이 세 가지 행위를 통해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했다. 동물약품 고가 매입으로 32억원, 사료첨가제 통행세로 11억원, 주식 저가 매입으로 27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세의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지배권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구조에서 행해진 일련의 지원행위였다”고 설명했다.

고발 없었다…“중견기업 때 일, 고려”

2017년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하림이 두 차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결론이 나기까지 4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50억원 미만의 과징금에 그친 데다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해 ‘맹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몰아 준 행위에 대해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했다.

이에 대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부당지원 행위는 대부분 하림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이전 중견기업일 때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며 “또 그룹 회장이 동물약품과 사료첨가제 통합구매에 있어서 고가매입이나 과도한 중간마진 지급을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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