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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채소의 향과 풍미를 끌어올리는 비결, ‘한 입 쌈밥’

중앙일보

입력

김혜준의〈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일상화된 요즘, 당뇨를 관리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당뇨는 일상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생활 질병입니다.〈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에서는 레스토랑 브랜딩 디렉터,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는 김혜준 대표가 어느 날 찾아온 당뇨를 관리하며 생긴 다양한 이야기와 맛을 포기할 수 없어 만든 당뇨 관리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당뇨로 고민 중이라면 김혜준 대표와 함께 식생활을 바꿔보세요.



④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야 성공한다. 채소 풍미의 한 입 쌈밥

당뇨식단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맛을 보강하기 위해 포두부, 미역 등 다양한 쌈 재료를 활용해 채소의 풍미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사진 김혜준

당뇨식단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맛을 보강하기 위해 포두부, 미역 등 다양한 쌈 재료를 활용해 채소의 풍미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사진 김혜준

1년 4개월 전,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나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11%를 넘었다. 낯선 용어라 입에 잘 붙지도 않던, 당화혈색소란 포도당이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에 결합한 정도를 말한다. 혈당 검사가 혈액 속 포도당의 양을 측정한다면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 평균치를 말해준다. “정상 기준이 4~6%라는 것을 고려하면 11%란 수치는 상당히 위험한, 그래서 인슐린을 매일 스스로 주사해야 하는 정도에 근접한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

높은 수치보다 먼저 당뇨라는 질환을 갖게 됐다는 현실부터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다음, 강한 식단 조절을 해야만 했다. 좋은 일은 밖으로 내보이고, 좋지 않은 일은 안으로 감추기 마련인 것이 세상사지만 당뇨 확진을 받은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이었다. 당장 내일 잡힌 약속부터 먼 시일의 식사 미팅까지 정리했다. 내 일상의 습관과 식단을 바꾸려면 사회적으로 연결된 지인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서적 도움을 청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당뇨 판정을 받은 이야기를 찬찬히 적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다음은 곡류를 다양하게 샀다. 엄마의 빨간 김치와 장류 대신 이하연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며 무싱건지 같은 맑은 물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조미가 되지 않은 감태와 김도 필요했다. 찰기가 없어 엉기지 않는 귀리, 팥 밥은 어찌나 맛이 없던지…. 수치를 잰다며 당뇨 키트기를 하루에 몇 번씩 찔러댄 손가락 끝은 매일 같이 부어 있었다. 오후 2시가 되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온몸에 기력이 빠져, 문어처럼 흐물흐물해진 상태로 누워 한참을 쉬어야만 했다.

수치를 잰다며 당뇨 키트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찔러댄 손가락 끝은 매일 부어 있었다.  사진 픽사베이

수치를 잰다며 당뇨 키트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찔러댄 손가락 끝은 매일 부어 있었다. 사진 픽사베이

두어 달을 무염과 무탄수화물 식단으로 혹독하게 관리한 후에야 당화혈색소 수치가 9%로 내려갔다. 이때부터는 저염과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넘어갔다. 소금이 얼마나 맛있는지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간을 맞춰 음식의 밸런스를 잡아줄 뿐만 아니라, 단맛을 더욱 맛있게 끌어 올려주는 마법의 결정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수치를 7%대까지 낮춘 후에는 직업 특성상 메뉴 테이스팅이나 칼럼을 쓰기 위한 외식과 간식을 조금씩 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전처럼 매일 수치를 재지 않는다. 다리가 붓거나 피로감이 현저히 늘면 다시 식단을 조절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약간은 자유롭게 관리하는 패턴으로 들어선 것이다. 자유로운 관리라고는 하지만 김치찌개나 짜장면, 피자, 떡볶이만큼은 피하는 식단이다. 초반에 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2조각을 먹은 후 얼굴과 목까지 빨갛게 붓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고생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심리적인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했다. 다행히도 당화혈색소는 6.7%. 꾸준히 관리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다. 식단도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 간이 덜 되어도 채소 본연의 당도와 염도에 의지해, 향과 풍미를 끌어올리는 식단이다. 그렇게 고민해서 나온 메뉴가 바로 쌈밥이었다. 내용물을 이것저것 대체할 수 있으니 그때그때 맛과 향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다. 무난해서 자주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식단 조절을 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건강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난하기보다 무난함을 선택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Today's Recipe 김혜준의 한 입 쌈밥

쌈배추, 포두부, 다시마쌈을 한 입 크기의 쌈밥을 만든다. 쌈 채소만 준비되면 나머지 속 재료들은 냉장고를 털어 만들어도 충분하다. 사진 김혜준

쌈배추, 포두부, 다시마쌈을 한 입 크기의 쌈밥을 만든다. 쌈 채소만 준비되면 나머지 속 재료들은 냉장고를 털어 만들어도 충분하다. 사진 김혜준

약간의 염분을 가진 장아찌와 절임류를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해조류와 섬유질로 감싸서 한입 크기의 쌈밥으로 만들었어요. 무엇보다 냉장고에 있는 여느 재료들로 만들 수 있어 좋습니다. 우렁된장이나 오이지 무침과 같은 찬들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쌈추가 없다면 양배추나 알배추 같은 채소로 바꾸어 사용해도 좋아요.

재료 준비(2인분) 
우렁된장: 우렁이살 100g, 애호박 1/2개, 표고버섯 5개, 청양고추 2개, 집된장 2큰술, 들기름 3큰술
오이지 무침:오이지 1개, 설탕 1/2 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 참깨.
밥:현미 200g, 햅쌀 200g 밥물은 500㎖(고두밥 스타일)로 잡아 바로 짓는다.
다시마 쌈: 쌈 다시마 3장, 우메보시(매실 절임) 1알, 검은깨 약간.
포두부 쌈: 포두부 6장, 깻잎 4장, 우렁된장 4큰술.
배추쌈: 쌈추 4장, 두부 반 모, 말린 톳 1큰술, 오이지 무침 4큰술.

만드는 법

우렁살, 애오박, 표고버섯,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집된장과 들기름을 넣고 물기를 졸여가며 채소를 익히면 우렁된장 쌈장이 완성된다.

우렁살, 애오박, 표고버섯,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집된장과 들기름을 넣고 물기를 졸여가며 채소를 익히면 우렁된장 쌈장이 완성된다.

1. 솥밥을 짓는다.
2. 밥의 상태를 보고 완성이 되면 넓고 납작한 접시에 잘 펴서 식힌다.

포두부쌈 
3. 우렁된장 재료를 작은 냄비에 넣고 볶아가며 물기를 졸여가며 채소를 익힌다.
4. 포두부는 2장을 이어 하나로 만들고 깻잎을 깔고 그 위에 밥을 올린 후, 우렁된장 얹어 김밥처럼 말아준다.

배추쌈
5. 오이지를 썰어 볼에 넣고 양념해 버무린다.

6. 말린톳을 물에 10분간 불린 후에 무거운 것을 올려 물기를 제거한 두부에 물기를 없앤 톳을 넣고 으깨듯 손으로 섞어 준다.

7. 쌈 배추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짠 후 도마 위에 펼쳐준다.
8. 7위에 두부와 톳을 섞은 것을 골고루 펴 주고 오이지를 길게 얹어 김밥처럼 말아준다.

다시마쌈 
9. 쌈 다시마를 도마 위에 3장을 펴고 밥을 얹는다.
10. 씨를 발라 잘게 다져 둔 매실 절임을 밥 위에 얹고 김밥처럼 말아준다.

11. 한입 크기로 썰어 도시락 안에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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