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가 육군에 ‘중국산 짝퉁’ 해안 감시장비(해ㆍ강안 과학화 경계사업)를 납품한 혐의로 업체 관계자 5명을 최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올해 초 경찰청 내에 국수본이 창설된 이후 군 관련 비리를 수사해 송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수사 결과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던 국방부 자체 감사 결과와 달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에 따르면 육군에 원거리 카메라 등을 납품한 업체 관계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이다. 그동안 납품 업체 측은 입찰 과정에서 마치 국내에서 자체 제조한 장비를 군에 납품하는 것처럼 허위 제안서로 평가받은 뒤, 실제로는 속칭 ‘라벨갈이’ 수법으로 중국산 장비를 납품한 혐의를 받아왔다. 국수본 수사 결과 이런 혐의가 사실상 입증된 셈이다.
219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은 동ㆍ서ㆍ남해안 일대 경계를 맡는 9개 사단(강화도 해병 2사단 포함)이 대상으로 현재 모든 감시장비가 설치된 상태다. 목선 귀순(23사단), 헤엄 귀순(22사단)이 발생한 경계 취약지인 8군단에도 총 46대(약 58억원 규모)가 설치됐다.
국수본 수사 결과 ‘중국산 짝퉁’으로 밝혀졌지만, 육군은 “기능에 문제가 없어 정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수본이 수사 당시 육군본부와 군 관계자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과 관련해선, 육군중앙수사단 측은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 경찰로부터 이첩되거나 통보된 군 관계자는 없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이런 군의 태도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삼성 TV인 줄 알고 샀는데, 업자가 중국산 짝퉁 TV에 삼성 로고를 달고 판 사실을 뒤늦게 안 소비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며 “사기를 당했는데 TV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냥 쓰겠다는 소비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부의 부실 감사도 논란이다. 당초 지난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중국산 짝퉁’ 의혹을 처음 제기하자 국방부는 자체 감사를 벌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국수본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국회에서 부실 감사가 지적됐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28일 국회에서 관련 질의에 “감사 전문가들이 한 것이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 결재했다”며 “살펴보고 다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후 6개월간 국방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에 “이번 수사 결과는 감사 이후에 불거진 사안에 대한 것”이라며 “향후 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인정되면 그에 따라 업체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적법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대북확성기 납품 비리'와 관련한 재판에서 납품 업체 대표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선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업체 측은 해안 감시장비와 마찬가지로 수입산 확성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방부 직할 국군심리전단에 납품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수사 결과 납품된 확성기는 제대로 성능조차 발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방부는 현재까지 업체 측에 장비 교체나 반품·환불을 요구하는 등 확성기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