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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명' 황무성 의문의 사퇴…하필 그자리 유동규가 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혹시 딴 맘 먹고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유한기)
“누가?”(황무성)
“지휘부가 그러죠.”(유한기)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전 사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녹음 파일의 대화다. 2015년 2월 6일 나눈 대화에서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유한기씨는 ‘지휘부’를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은 이를 사퇴 압박의 배후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안팎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앞둔 성남시와 공사가 황 전 사장을 장애물로 여기고 내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휘부’는 왜 황 전 사장을 내치려 했나

황 전 사장이 녹음한 유씨와의 대화에서 ‘지휘부’로 의심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황 전 사장이 사임을 거부하며 “당신(유씨)한테 떠다미는 거냐”고 묻자 유씨는 “양쪽 다 그러고 있다”고 답했다. 대화의 맥락상 ‘양쪽’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추정된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칭하는 ‘시장’이라는 표현도 7차례 언급됐다. 유씨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전 실장이 황 전 사장의 사임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황 전 사장의 사퇴 압박 주장과 당시 공사와 성남시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의문점은 풀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황 전 사장은 2015년 3월 11일 사임 이전에 성남시청 감사관실에 두 차례 불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사장은 26일 성남시의 감사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문에 “두 번 면담식으로 (감사관실을) 다녀왔다”고 했다. 성남시 감사 규칙에 따르면 산하기관 소속 직원에 대한 복무 감사는 시장의 지시가 있거나 감사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실시한다.

당시 성남시 감사를 담당한 한 간부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 기억으로 황 사장을 타깃으로 불러서 감사한 적은 없다. 2014년 말인가 2015년 초에 직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가서 감사한 적은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감사였다”며 “그때 사장실에 가서 황 사장과 유동규 본부장이랑 다 앉혀 놓고 차를 마시며 자료 빨리 주고 협조 잘 해달라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유동규, 황무성 사퇴 이후 조직개편

공사 안팎에서는 당시 성남시의 감사와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미리 계획된 일련의 과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사임한 후 약 4개월 간 사장 직무대리를 수행했으며 이 시기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주요 절차가 진행됐다. 또 유 전 본부장은 2대 황호양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5년 6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개발사업3처를 신설해 대장동과 백현유원지 등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개편의 골자였다. 공사 정원도 788명에서 810명으로 늘렸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선 “왜 사장이 공석이었을 때 굳이 조직 개편을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황 전 사장의 녹음파일을 공개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한 배’를 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판단한 성남시 ‘지휘부’가 사퇴 압박을 넣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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