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딴 맘 먹고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유한기)
“누가?”(황무성)
“지휘부가 그러죠.”(유한기)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전 사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녹음 파일의 대화다. 2015년 2월 6일 나눈 대화에서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유한기씨는 ‘지휘부’를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은 이를 사퇴 압박의 배후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안팎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앞둔 성남시와 공사가 황 전 사장을 장애물로 여기고 내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휘부’는 왜 황 전 사장을 내치려 했나
황 전 사장이 녹음한 유씨와의 대화에서 ‘지휘부’로 의심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황 전 사장이 사임을 거부하며 “당신(유씨)한테 떠다미는 거냐”고 묻자 유씨는 “양쪽 다 그러고 있다”고 답했다. 대화의 맥락상 ‘양쪽’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추정된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칭하는 ‘시장’이라는 표현도 7차례 언급됐다. 유씨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전 실장이 황 전 사장의 사임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황 전 사장의 사퇴 압박 주장과 당시 공사와 성남시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의문점은 풀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황 전 사장은 2015년 3월 11일 사임 이전에 성남시청 감사관실에 두 차례 불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사장은 26일 성남시의 감사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문에 “두 번 면담식으로 (감사관실을) 다녀왔다”고 했다. 성남시 감사 규칙에 따르면 산하기관 소속 직원에 대한 복무 감사는 시장의 지시가 있거나 감사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실시한다.
당시 성남시 감사를 담당한 한 간부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 기억으로 황 사장을 타깃으로 불러서 감사한 적은 없다. 2014년 말인가 2015년 초에 직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가서 감사한 적은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감사였다”며 “그때 사장실에 가서 황 사장과 유동규 본부장이랑 다 앉혀 놓고 차를 마시며 자료 빨리 주고 협조 잘 해달라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동규, 황무성 사퇴 이후 조직개편
공사 안팎에서는 당시 성남시의 감사와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미리 계획된 일련의 과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사임한 후 약 4개월 간 사장 직무대리를 수행했으며 이 시기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주요 절차가 진행됐다. 또 유 전 본부장은 2대 황호양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5년 6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개발사업3처를 신설해 대장동과 백현유원지 등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개편의 골자였다. 공사 정원도 788명에서 810명으로 늘렸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선 “왜 사장이 공석이었을 때 굳이 조직 개편을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의 녹음파일을 공개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한 배’를 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판단한 성남시 ‘지휘부’가 사퇴 압박을 넣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