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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나간 中젊은이들, 미용시술 하려 27% 고리대출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20대 여성 샤오야(가명)는 최근 뷰티케어 샵을 찾았다가 계획에 없던 대출을 받게 됐다. ‘내일의 돈으로 오늘의 얼굴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업체는 자금부족으로 시술을 망설이는 샤오야에게 ‘의료미용대출’을 권했다. 시세보다 낮은 금리라는 설명에 샤오야는 5만6800위안(10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연 이자율은 27%로 민간대출금리 상한선인 15.4%를 훌쩍 뛰어넘었고,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은 2316위안(42만 원)에 달했다.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한 샤오야는 결국 재판을 받게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상업은행에서 중국 100위안 지폐를 세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상업은행에서 중국 100위안 지폐를 세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20~30대 젊은 층이 향후 과도한 빚에 짓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대출의 덫에 걸려 빚으로 소비하는 젊은이가 늘면서다. 26일 중국 경제망에 따르면 중국은행 소비금융 유한공사와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구(DataGoo)는 ‘현대 청년 소비 보고서’를 발표하고 18~32세 젊은 층의 대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18~32세 1억7500만 명 가운데 최소 한 번 이상 신용 대출을 받은 비율은 86.6%에 달했다. 신용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을 제외한 ‘가계 대출’을 의미한다. 90%에 육박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 대출자를 연령별로 나누면 1990년~2000년 이후 출생자가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렇게 마련한 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느냐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18~32세 젊은 층은 선호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특징을 보였는데, 주로 사치와 여가 등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유명 아나운서 장 모팡(오른쪽)이 자택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으로 망고를 판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유명 아나운서 장 모팡(오른쪽)이 자택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으로 망고를 판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중에서도 게으른 삶을 즐기기 위해 서비스나 상품에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게으름 경제(Lazy Economy)’가 소비 트렌드다. 중국의 게으름 경제 산업 규모는 90년 이후 출생자들이 성장을 이끌며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증가, 2020년 1000억 위안(약 18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주로 신발 세척기, 토스터, 계란 찜기 등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상품에 돈이 몰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헬스케어·뷰티·엔터테인먼트 등도 주요 소비대상에 올랐다.

중국 내에서는 대출 시장 확대가 젊은 층의 대출과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계면 신문, 텅쉰망 등 중국 매체는 “온라인 대출 보급 확대로 소비의 제약이 풀리면서 ‘과소비’가 젊은이들의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앤트 그룹 ‘화베이’의 경우 소액 대출 온라인 상품으로 젊은이들의 대출을 부추겼다고 비판받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온라인으로 빠르고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물류업체 직원들이 알리바바의 대규모 온라인쇼핑 할인행사인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이후 몰려든 배달 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물류업체 직원들이 알리바바의 대규모 온라인쇼핑 할인행사인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이후 몰려든 배달 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의 심리를 이용한 대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샤오야의 사례처럼 뷰티 업체가 민간 대출 기관 및 온라인 대출 플랫폼과 연계해 만든 대출 상품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고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현혹하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텅쉰망은 전했다. 샤오야는 “돈이 없다는 점을 부끄러워하는 심리를 파고들어 나를 유혹했고, 반강제로 대출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젊은이들이 대출의 덫에 걸려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출회사의 온라인 소액대출상품 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층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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