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 이러다 선거날에 '차악' 택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00:24

업데이트 2021.10.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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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23일 서울 강남역 주변 인도의 모습. '4.15 부정선거 진상 규명' 등의 깃발을 든 노령층이 젊은이들이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김성탁 논설위원

지난 23일 서울 강남역 주변 인도의 모습. '4.15 부정선거 진상 규명' 등의 깃발을 든 노령층이 젊은이들이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김성탁 논설위원

대선 최대 부동층 20~30대 민심

지난 23일 오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남역 일대에 깃발이 나부꼈다. 20~30대가 가득 메운 인도 사이를 ‘4·15 부정선거 진상 규명’ 등이 적힌 깃발을 든 고령층이 줄지어 오갔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며 수십 명이 강남역 일대 수백m 인도를 행진했다. 중간중간 중년층 남성 몇 명이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대장동 의혹, 특검이 답이다”고 외쳤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젊은이들이 주말을 즐기던 거리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최근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JTBC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9~20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예비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20대에서 모두 20% 이상이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는 국민의힘 후보를 누구로 놓고 물어보느냐에 따라 편차를 보였지만, 역시 부동층 비율이 40대 이상보다 높은 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정책 갈팡질팡, 상실감 커" 정권교체 찬성 많아

"하지만 야당 쪽 확실한 인사 안 보여 뽑을 후보가 없다"

  “아직 못 정했어요. 이번엔 정권이 바뀌었으면 하는데, 야당 쪽에 확실한 인사가 안 보이잖아요. 윤석열씨는 정치를 안 했었으니 지지 기반이 약한 것도 있겠지만 본인 언행도 잘못한 것들이 있고, 홍준표씨도 썩 매력적인 느낌은 없어서….”
 강남역 뒤편 식당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회사원 박모(33·서울 강남구)씨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선 뽑을 후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으면 하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너무 왔다 갔다 한 게 많잖아요. 차라리 시장에 맡겼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수 있는데, 대출도 막는다고 했다가 다시 전세대출 해주라고 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게 보여서…. 전문적인 사람들이 일할 텐데 이렇게 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함께 있던 김모(34·경기 남양주시)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거론했다. “자기 사람들 챙기는 느낌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부동산이나 외교도 그 분야 전문가가 있을 텐데 약간씩 비껴가는 사람들을 장관에 앉힌 것 같습니다.” 여당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김 씨는 “문 대통령과 다를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그게 꼭 바른 방향일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뭔가 안 좋게 치달으면 극으로 갈 것 같다고나 할까…”라고 했다. 이와 달리 박 씨는 “무조건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생각은 없고, 이 상태로 가면 누가 차악인지 보고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재명 후보도 무조건 배제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인근 주점에서 모임을 하던 30대 남성들도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고모(34·서울 노원구)씨는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도 있지만 집값 이슈 때문에 여당 쪽은 생각을 안 해봤다”며 “일찍 결혼해서 준비한 친구들은 자기 집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애매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은 집이 없다 보니 상실감이 크다”고 씁쓸해했다.

 동석한 프로그래머 김모(33·경기 수원시)씨는 “젊은 사람들은 내 집이 필요한데, 이재명 후보는 뭔가 자유경제 시장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현 정부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여당만 아니고 야당에서도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 씨는 “TV토론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유튜브로 토막 낸 것을 봐도 윤석열 후보는 말하는 거나, 정책에 대한 이해도 등에서 좀 괴리가 느껴지더라”고 했다.

 반면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에서 만난 김모(35·자영업)씨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맡기면 그래도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재명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20대 사이에서도 대선 주자들에 대한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마치 2015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운동을 보는 것 같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트럼프가 서너 명이라고나 할까요.” 지지 후보가 없다는 대학 3학년 이모(24·서울 서초구)씨는 “사회는 급변하는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정당 후보들은 표가 될 것 같으면 말부터 내뱉고 본다”며 “이재명씨의 대장동 의혹은 지지하지 않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고, 윤석열씨의 발언 역시 웃기지도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이 씨는 차별금지법 찬성 여부와 복지 정책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하는 후보인지를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유력 후보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면서 소수 정당 후보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도 엿보였다. 경기 의정부에서 요가 강사를 하는 윤모(27)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정말 한 명도 없는데, 포털에서 뉴스를 보면 늘 서로 싸우고 혼란스럽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도대체 있기는 한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집에서 부모님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해도 별로 따르지 않는다”며 “대선일에도 메이저 후보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지지가 망설여진다면 오히려 마이너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경고를 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남' 홍준표 지지 경향, 20대 여성은 심상정 응원도  

 지지 후보가 있는 20대 중에선 여성과 남성 간 차이가 감지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20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홍준표 후보는 ‘이대남’의 선호가 드러났다. 대학을 휴학 중인 이모(23·서울 서대문구)씨는 “토론회 영상을 봤는데 부동산이나 외교, 경제 등에서 논리적인 태도를 보인 홍준표 후보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4·전북 익산시)씨도 “현 정권이 마음에 안 들어 야당 쪽을 봤는데, 홍준표 씨가 지난 대선 때는 말을 좀 이상하게 했지만 요즘은 눈치라도 보는 것 같고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박모(24·서울 마포구)씨는 “전두환 관련 발언에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윤석열 후보를 아직 지지 중”이라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서 우직하게 했던 사람인 것 같아 실제로 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20대 여성 중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택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모(23·인천 부평구)씨는 “윤석열 후보는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정치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재명 후보는 차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 논란이 너무 많다”며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비정규직 평등수당과 20대 기초 자산 공약, 페미니즘 지지자라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2017년 대선과 비교해 20대 청년층에서 아직 지지 후보를 못 정한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후보군 전체적으로 청년층에 효능감을 줄 만한 정책 메시지가 부족했다"며 "삶 자체가 팍팍해 열패감을 느끼고 있는 세대이므로 대선 구도가 확정되면 경제적 효익을 내세워 이들을 설득하려는 정책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 취재에는 이소헌·최지혜 인턴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내년 대선 최대 변수는 청년과 여성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유권자 분포는 60세 이상이 전체의 24.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40대(20.6%), 50대(19.9%), 30대(17.6%), 19~29세(17.5%) 순이었다. 통계청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고연령층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내려감에 따라 내년 3·9 대선에서는 젊은층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만 18세 유권자가 53만여 명이다. 만 18~19세와 20~30대를 합하면 1500만명 가까이나 됐다. 1200만 명가량이던 60세 이상보다 오히려 많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선에서 보듯 청년층 표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내년 대선 승부를 결정할 변수는 여성과 청년층"이라며 "여성은 중년층 이하가 모두 대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청년층 중요도가 커졌지만 청년들 입장에선 ‘나는 왼쪽 다리가 가려운데 여야 정치권은 자기들끼리 오른쪽 팔을 긁고 있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거리에서 만난 청년층은 대부분 대선일에 꼭 투표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어느 정당의 후보가 일자리와 내 집 마련 등 자신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풀어줄 것인지에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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