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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14년 만의 고향세법 제정, 지방소멸 적극 대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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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상헌 한라대 ICT융합공학부 교수

박상헌 한라대 ICT융합공학부 교수

‘고향세’라는 이름으로 2007년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 14년 만에 마침내 ‘고향 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제정됐다. 기부자가 고향이나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하면 정부가 세액을 공제해주고, 기부받은 지방자치단체는 감사 표시로 고향 특산물 등으로 답례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 바로 고향세 제도다. 한국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도입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의 부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고향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이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대도시로 향하고, 성장한 이후에도 도시에서 살면서 그곳에 지방세를 낸다. 재정자립도가 아주 열악한 고향의 지자체들이 지방 재정을 투입해 인재를 길러냈지만 정작 고향은 세수 제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세수가 줄어들고 경쟁력이 떨어져 출산·양육·교육 등 기본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빠진 지방에 고향세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고향·지자체 선택해 일정액 기부
500만원 한도 없애고 공제 늘려야

고향세는 단순히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들은 고향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도록 매력적인 사업을 발굴·제시하고, 기부자를 감동하게 해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91%, 광역지자체가 9%를 분담해 세액 정산을 하게 된다.

지자체는 기부한 금액의 30% 내에서 감사 표시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 기부자는 기부한 금액을 연말정산에서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받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16.5%의 과세가 있지만, 기부한 금액의 30%를 지역특산물로 받기 때문에 기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일단 고향세법 통과로 세수 확보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08년부터 고향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고향세로 기부된 금액이 지난해 약 7조2000억원으로 급증하다 보니 대도시권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권과 지방의 세금 격차를 줄일 목적으로 도입된 취지는 달성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재원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하던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고향세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주고받는 것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본래의 취지인 고향을 사랑하고 지역을 살릴 수 있도록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향세라고 해서 태어난 고향에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 지자체를 제외하고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중간 지원 조직을 통한 일자리 창출, 신용카드사와 택배사 등 다양한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에 초빙교수로 갔을 때 지역 소멸 위험을 알리는 논문과 저서를 읽으면서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 예상했다. 지역 소멸을 막을 대응책으로 필자는 고향세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국회와 행정안전부, 광역 지자체와 언론 및 관련 학회를 접촉하면서 고향세 도입을 줄기차게 호소했던 필자는 고향세 법안의 국회 통과를 보면서 감개무량했다.

법이 제정됐지만 1인당 기부 한도가 500만원으로 한정되고, 전액 공제 범위를 10만원까지로 설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시행하면서 한도액을 없애거나 공제 범위를 2~3배 상향 조정해야 한다. 행안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고향세 납세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공모 사업 등 다양한 시책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원스톱 특례 제도 시행, 기업판 고향세, 클라우드펀딩 고향세 도입 등으로 업그레이드해온 일본의 경험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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