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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가계부채 관리 필요하지만, 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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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개인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실수요자라고 해도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개인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실수요자라고 해도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연합뉴스]

2억원 넘는 대출원리금, 내년부터 DSR 규제

집값 올린 근본 원인 해소해야 부작용 줄어

초강력 대출 규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꺼내 든 최후의 정책카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획일적인 잣대가 적용돼 금융 및 부동산 거래의 정상적인 흐름까지 막을 수 있어 국민 경제활동에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지난 7월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4∼5%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면서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관행 정착을 위해 DSR 2단계 규제를 6개월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카드론 등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모두 포괄한다. 요컨대 어떤 명목이든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존의 담보대출은 대출자의 소득이 적어도 아파트 등 담보물의 가치가 크다면 수억원대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소득 대비 대출 규제도 있었지만, 원금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대출한도 압박이 심하지 않았다. DSR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DSR 2단계 규제는 개인별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어설 수 없다. 은행권 시뮬레이션 결과 5000만원 마이너스통장을 가진 연 소득 5000만원의 직장인은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2억4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DSR 규제를 받으면 1억4900만원만 가능하다.

물론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저금리와 집값 폭등에 따른 ‘영끌’ 매수 여파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DSR을 도입하려면 진작에 순차적으로 도입했어야 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주택정책의 부작용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미 12억원을 뛰어넘었고 전셋값도 급등하고 있다. 집값을 크게 올려놓고 우격다짐 식으로 돈줄을 차단하면 조만간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걱정 때문인지 ▶전세대출은 내년 DSR에서 제외하고 ▶잔금 대출도 중단되지 않도록 110여 개 입주단지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한다. DSR 2단계를 도입하면서 한도를 획일적으로 2억원으로 낮게 잡고, 내년 7월부터 1억원으로 한도를 더 낮추기로 했다는 점에서 금융 거래의 왜곡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정책 실패 등 집값을 올린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게 당면 과제다.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도록 꼼꼼한 사후관리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