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발사주’ 손준성 영장 기각…“공수처 무리수로 망신”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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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의 필요성·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번 구속영장은 법원이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한 지 사흘 만에 청구됐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피의자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첫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손 검사에 대한 두 차례의 영장 청구가 연이어 기각되면서 여권이 ‘몸통’으로 지목하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전 검찰총장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53·사법연수원 31기)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기각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례 없는 무리수로 망신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직원에게 지시하고 ▶MBC ‘검·언 유착’ 보도의 제보자 지모씨 실명 판결문을 유출하는 한편 ▶이를 김웅(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그간 제보자 조성은(33)씨가 제출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를 토대로 손 검사가 고발장의 전달자라고 특정,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해 왔다. 실제 조씨와 김웅 의원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화면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는 게 근거다.

손 검사 측은 검찰이 체포영장 기각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형해화시키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도 완전히 침탈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영장 청구 과정에서 여권의 입김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지난 2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손준성, 김웅을 빨리빨리 소환해 수사하지 않느냐”고 촉구한 뒤 다음 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서로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검찰, 윤우진 묵던 호텔 압수수색=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지난 22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머물던 서울 도심의 호텔 객실을 압수수색하며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 내 ‘대윤’ ‘소윤’으로 불리던 윤대진(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검사장의 친형이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이 사업가 A씨를 비롯한 ‘스폰서’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법조인, 세무당국 관계자들을 소개하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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