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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소시오 패스' 발언..."윤리 위반" VS "경고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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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부인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 씨가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강씨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격을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지난 20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부인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 씨가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강씨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격을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부인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씨가 지난 20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격을 “소시오패스(sociopath·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전형”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료행위 없이 전문의로서 소견을 밝혀 의료윤리 지침을 위반했단 주장에 대통령 후보의 정신건강은 공적 영역인 만큼 소견을 밝힐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골드워터 룰이 우선이냐 

두 주장은 핵심과 잘 맞닿아 있다. 우선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골드워터 룰’을 따른다.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소견을 밝히는 게 비윤리적이란 규칙이다. 1964년 미국 대선 때 잡지사 팩트가 정신과 전문의를 상대로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의 정신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지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절반가량이 부정적 의견을 냈다. 골드워터는 낙선했다. 이후 그는 팩트의 보도가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한다. 이후 미국정신의학회가 골드워터 룰을 채택(1973년)하기에 이른다.

신경정신의학회 내 윤리인권위원회 운영 규정상 이 골드워터 룰이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학회 역시 채택했다고 한다.

강씨 발언이 알려진 뒤 신경정신의학회 윤리인권위원회 쪽으로 ‘강씨가 골드워터 룰을 어겼다’는 취지의 신고가 이뤄졌다. 이에 학회는 곧 조사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할 예정이다. 학회는 4년 전 자신의 SNS에 유명배우를 경조증으로 진단한 사례에 대해 징계를 내린 적 있다.

학회 관계자는 “이메일 등으로 강씨의 발언과 관련한 신고가 여러 건 이뤄졌다”며 “조사위를 열게 될 것이다. (학회가 강씨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인신공격이란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26일 라디오에 출연, “근거가 박약한 상태로 대통령 후보에 대해 소시오패스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자 정치적 개입이다”며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간부공무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도청을 떠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간부공무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도청을 떠나고 있다. 뉴스1

경고 의무가 우선이냐 

반면, 공적영역인 대통령 후보의 정신건강을 유권자인 국민에게 알려줄 ‘경고 의무’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고 의무는 과거 미국에서 여대생 살인계획을 알게 된 심리상담사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결국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만들어졌다. 2019년 미국 정신과 전문의들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탄핵조사가 이뤄질 때다. 존 지너 조지 워싱턴대 교수, 제럴드 포스트 전 CIA 프로파일러 등 3명의 정신과 전문의는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전에 위협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주장했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정신과 의사가 지켜야 할 의무에는 ‘골드워터 룰’뿐 아니라 ‘경고 의무’라는 또 다른 의무가 있다”고 썼다. 학회 윤리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인 아닌 범죄 피의자에 대한 진단도 논란이다. 흔히 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보인다’식의 전문가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에 대한 진단 역시 면담심리 평가결과라든지 행동관찰, 살아온 과거력 등을 보고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현재 대중매체에 나오는 정도는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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