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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발사주' 손준성 영장 보니…'尹 조국 수사'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의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무리하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더니 정치적 논란까지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밥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밥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에 ‘채널A 사건’까지… ‘정치적 의도’ 논란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채널A 사건(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대검찰청 인권부에서 진상조사하도록 지시했다”는 문장이 적혀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영장에는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는 부분이 빠져 있다고 한다. 손 검사의 범죄 사실과는 무관하고, 윤 전 총장이 여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들을 구속영장에 나열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한 영장심사는 점심 식사를 건너뛰고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공수처에서는 여운국 차장 등이 참석해 PPT로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자료 수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측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영장에 포함된 혐의는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그래픽 이미지.

'고발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그래픽 이미지.

앞서 손 검사는 공수처 검사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정치적 의도’라고 반발했다. 메시지에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여’라는 부분이 포함된 걸 문제 삼았다. 손 검사는 “야당의 대선 후보 선출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며 “야당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체포 영장 기각 뒤…이날도 대검 추가 압수수색

공수처는 이날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추가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고발장 양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라고 한다. 손 검사 아래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상욱 검사와 연구관 임모 검사에 대한 추가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아직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구속부터 한다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손 검사가 출두를 여러 차례 미뤘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손 검사가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3일 뒤인 지난 23일 0시 무렵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도 이를 이틀이나 숨긴 것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공수처는 구속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2시에야 변호인에게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했다. 손 검사 측의 출석 연기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상 검찰 등 수사기관은 피의자 영장을 청구한 경우 당일 거의 바로 당사자와 변호인에게 알린다.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 검찰 간부는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이틀의 말미를 주고 심문기일을 잡는 것은 서초동의 확립된 규칙인데 이를 어겼다”며 “전례도 없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규칙과 규율을 무시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례적으로 인신(人身)을 구속하는 영장을 거듭 청구하는 기본권 침해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 기관이 설립된 이후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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