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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방치”…‘안인득 방화 살인’ 유족, 국가에 배상 소송

중앙일보

입력

“범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하니 편히 그 사람 원망도 못 합니다”

2019년 4월 17일. 피해자 유가족인 A씨가 ‘진주 방화 사건’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A씨의 어머니와 딸은 아파트에 불이 나자 대피했지만 안인득(44)씨가 휘두른 흉기에 끝내 목숨을 잃었다. A씨는 “주민들이 (안씨를) 여러 번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 한 번이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않았다”며 “국가가 위험 앞에서 국민을 버려둔 채 가장 먼저 도망갔다”고 했다. A씨는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2019년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4)씨. 뉴시스

2019년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4)씨. 뉴시스

“2019 진주 방화 사건, 국가 책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및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은 26일 오후 2시께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방화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 국가에 소송을 제기한다”며 “사법부만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분명하게 선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진주 방화 사건은 정신질환(조현병)을 앓고 있는 안씨가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입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했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여성이나 노약자였다. 12살의 미성년자도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성대 마비, 공황장애 등을 겪으며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안씨 관련 신고만 8번…“대처는 미흡”

유가족을 대리하는 오지원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치유)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인득은 2010년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할 당시 조현병 판정을 받았으나 2016년 7월 이후 치료가 중단돼 상당 기간 방치됐다”며 “이 사건과 같이 치료중단 상태에서 범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찰이 현행법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방치, 법을 집행하는 국가의 부재는 지속된다”며 “법원은 법리에 따라 심신미약 감경을 해주는 모습만 드러나니 법과 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라고도 했다.

2019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주민들과 소방 구조대원이 현장에 뒤섞여 있다. 뉴시스

2019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주민들과 소방 구조대원이 현장에 뒤섞여 있다. 뉴시스

특히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은 2019년 3월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기본조치를 규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해 신고 이력과 약물치료 중단 여부 등을 검토해 전문의 진단과 함께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8번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안씨가 출동 후에 보인 모습만 보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소송인들의 주장이다.

유가족 A씨는 늦어도 다음 주 내에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소송 제기자는 A씨와 그의 아내 2명이다. 청구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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