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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도 새단장 했건만…” 노태우 대구 생가에 추모 발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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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에서 한 방문객이 노 전 대통령 동상을 향해 기도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에서 한 방문객이 노 전 대통령 동상을 향해 기도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생가 한 쪽에 세워진 노 전 대통령 동상 앞에 한 남성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눈을 감은 채 묵념을 하던 남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생가를 쭉 둘러봤다.

노 전 대통령의 동상을 마주보고 묵념을 한 이는 평범한 대구시민 박재운(56·북구 구암동)씨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곳부터 생각났다는 박씨.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셨는데 이렇게 떠나셨다고 하니 슬프다”며 “조금 더 오래 사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노 전 대통령 살던 생가에도 추모객 발길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생가는 쾌청한 날씨였음에도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이날 별세하면서다.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을 찾아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도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은 채 고인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생가를 찾은 정금순(56·대구 동구 신서동)씨는 “오늘따라 노 전 대통령 생각이 많이 나 친구들과 함께 생가를 찾았는데 갑자기 서거 소식이 들려와 깜짝 놀랐다”며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할 생각이었는데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 모습. 김정석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 모습. 김정석 기자

주민들은 며칠 전 ‘기념비’를 세운 이야기를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별세를 더 아쉬워했다. 최근 용진마을 주민들은 노 전 대통령 생가 일대에 기념비와 안내문을 설치했다.

생가 찾은 이들도 마을 주민들도 “안타깝다”

노 전 대통령 생가는 서촌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차를 타고 굽이진 1차선 시골길을 10분여(1.5㎞) 더 달려서야 나온다. 주민들은 생가를 볼 때마다 눈에 띄는 기념비나 안내문 하나 없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생가가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뜻을 모아 생가 입구에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88올림픽 오륜기 로고와 6·29선언 등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새긴 기념비와 안내문을 세웠다. 지난 18일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변호사와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 등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도 진행했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생가기념비 제막’이라는 현수막 한 장을 내걸고서다.

생가를 지키고 있던 채건기 문화관광해설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마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슬펐다”며 “기념비도 새로 세우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단장을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에 세워진 기념비. 김정석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에 세워진 기념비. 김정석 기자

노 전 대통령 생가는 1901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이 유년을 보낸 곳으로 규모는 대지 466㎡, 건축물 66.45㎡의 목조건물 3동이다. 생가 인근은 교하 노씨(交河 盧氏) 집성촌으로, 노 전 대통령 친·인척들도 많이 살고 있다.

생가 인근에서 감나무밭을 운영하는 노모(70)씨도 “노 전 대통령과는 먼 친척 관계다. 어릴 때는 노 전 대통령을 마을에서 자주 봤는데 대통령이 되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 돌아가셨다는 말에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서거일 같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도 거행

한편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기도 했다.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4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입장객 수 제한으로 생가 앞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추모제례 진행 모습을 중계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독일로 파견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광부·간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사진은 1992년 부산 동서고가로 개통식에서 연설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뉴스1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사진은 1992년 부산 동서고가로 개통식에서 연설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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