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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020 덮친 코로나 블루…아동 정신건강 비상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희경의 아동이 행복한 세상(6)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친구관계 단절과 외부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관계 위축 등으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정서적 고립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친구관계 단절과 외부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관계 위축 등으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정서적 고립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코로나19로 1020세대 자살 급증

지난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3.5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이 급증하였는데 10대가 9.4%, 20대는 12.8%나 늘었다. ‘청소년 1388’에 접수된 정신건강 관련 상담 건수 역시 2021년 8월 기준 14만1464건(월평균 1만7683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이 자살률 급증의 원인이라고 하겠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자 가족 간의 갈등이 증가했다. 특히 친구관계 단절과 외부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관계 위축 등으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정서적 고립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교육부가 전면등교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과 무력감)은 아동·청소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우울함이 불면이 되고 점차 공황으로 발전하면서 급기야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혼공, 혼밥, 혼활까지 혼자서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취약한 계층의 아동·청소년이 경험하는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 세계 10대 7명 중 1명은 정신 장애 

코로나19로 인한 1020 자살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니세프의 ‘세계아동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he World’s Children)’는 2021년 코로나19의 봉쇄와 고립으로 고통받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다루었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7명 중 1명의 아동·청소년은 코로나 19 봉쇄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16억 명 이상이 교육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1개국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종종 우울함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하는 데에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일상, 교육, 여가 활동의 제약과 가계소득의 감소, 감염과 백신접종 등 건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분노와 좌절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세계아동현황 보고서’는 매년 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을 분석했다,

유니세프는 ‘세계아동현황 보고서’는 매년 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을 분석했다. [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유니세프는 ‘세계아동현황 보고서’는 매년 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을 분석했다. [사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전 세계 10~19세 7명 중 1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하는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불안과 우울증이 약 40%를 차지한다. 매년 4만6000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전 세계 청소년 사망의 5대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자살로 인해 11분마다 1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빈곤도 심화하여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아동이 최대 1억 4200만 명까지 증가했다. 2020년 전 세계 아동 5명 중 2명은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와 이로 인한 교육기회의 상실은 여아의 조혼으로 이어져 향후 10년간 최대 1000만 명의 여아가 조혼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정신건강 지표의 악화로 아동의 삶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신건강에 대한 전 세계 정부 지원은 전체 일반 보건 지출의 2.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학교폐쇄로 인한 활동 저하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증상 초기에 전문 의료인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전문 의료인 역시 일부 고소득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10만 명당 0.1명 미만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차원 지원 시급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청소년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과 가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관 관계자들이 모든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과 제도적 보완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아동의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아동이 참여해 의사결정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함으로써 아동의 정신적 웰빙이 보장되도록 소통하고 행동해야 한다.

코로나 블루 등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는 이해하는 마음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때다. 아동의 정신건강을 위해 유니세프가 각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정책을 한국 정부는 시급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예방과 증진을 위해 범사회적인 긴급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증거 및 데이터 기반으로 보건, 교육 및 사회 보호 분야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부모·돌봄· 학교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의 주요 이슈로 확대하여 사회적 선입견을 타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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