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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유류세 인하 효과 얼마나…하루 40km 운전 때 월 2만원 절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음 달부터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유류세가 20% 내려간다.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다만 세금이 내려간 만큼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하려면 다음 달 하순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뉴스1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뉴스1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유류세 인하 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당초 2018년 시행 때와 같은 15%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 과정에서 폭이 더 커졌다. ‘5%포인트 더’를 주장한 민주당에 정부가 또 밀렸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효과는 약 2조5000억원”이라며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관련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특히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현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세가 인하되는 기간은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로 잠정 결정됐다.

유류세 인하 대책의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간추렸다.

유류세 20% 인하 효과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류세 20% 인하 효과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확히 어떤 세금을 낮춘다는 건가.

“유류세는 석유류에 붙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부는 현행 L당 529원(경유 375원)인 교통세를 20% 인하할 예정이다. 교통세를 낮추면 유류 관련 세금 전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교육세는 교통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세 26%로 자동 부과되기 때문이다. 부가세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기름값은 얼마나 내려가나.

“유류세를 20% 낮춘다고 기름값이 20% 내려가는 건 아니다. 유류세는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류세 인하 전과 비교해 휘발유는 9~10%, 경유는 7~8% 정도 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달 셋째 주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모의계산(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보면 휘발유는 L당 1732원에서 1568원으로 164원(9.5%), 경유는 1530원에서 1414원으로 116원(7.6%) 내려가는 효과가 난다. 예컨대 연비가 1L에 10㎞인 휘발유 차로 하루 평균 40㎞ 정도 주행한다면 월 2만원 주유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도 0%로 낮추기로 했다. LPG부탄 값이 4.1%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월 주유비 변화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월 주유비 변화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언제부터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까.

“시행령을 개정하고 공포하는 절차가 아직 남았다.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다음 달 12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는 건 공장도가격(출하가격)부터다. 주유소까지 가는 유통 과정, 재고 처리 기간 등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2주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다음 달 하순에야 유류세 인하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행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다. 약 6개월 동안 적용된다.”

세금이 내려도 유가가 더 오르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그럴 위험도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보통 2~3개월 시차를 두고 국제 유가를 따라간다. 최근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8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브렌트유는 배럴당 85달러도 돌파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값만 해도 지난달 26일 L당 1643.55원에서 이날 1761.01원으로, 불과 한 달 사이 117.46원(7.1%) 올랐다. 정부가 유류세를 20% 내린다고 해도 유가가 현재 추세대로 오르면 한두 달이면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정유사와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100% 가격에 반영한다는 전제에서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유소 판매가가 정부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08년 유류세 10% 인하 때도 불과 일주일 만에 가격이 원위치했던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낮춘 유류세가 시중 주유소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민관 합동 점검을 하기로 했다. 세부 내용은 다음 주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방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10.26/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10.26/뉴스1

유류세 인하로 전체 소비자물가도 내려갈까.

“이날 정부가 발표한 유류세 인하 대책의 제목 자체가 ‘최근 물가 동향 점검 및 대응 방안’이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전년 대비)를 뚫을 것으로 예상되자 부랴부랴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일단 기재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 0.33%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나겠다고 추산했다. 역시 유류세 인하분 전부가 석유류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전제에서다. 지금처럼 유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만큼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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