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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코로나 방역 비상" 그날, 경호처는 4박5일 힐링캠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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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 경호처 신임 직원 17명이 지난 7월 5일~9일 4박 5일간 경남 통영에 ‘힐링캠프’를 간 것으로 확인됐다. 7월 3일 토요일 확진자(743명)가 올해 처음으로 700명을 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공포가 커지던 때라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한 상황”이라며 거리두기를 강조하던 때였다. 야당은 “국민에겐 비상 상황이라고 엄포를 놓고, 경호처 직원들은 단체 힐링캠프를 떠난 건 내로남불”이라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이 입수한 한려해상생태탐방원(탐방원)의 ‘대통령 경호처 신임직원 힐링캠프 운영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경호처 신임 직원 17명은 이 기간 탐방원이 주최한 힐링캠프에 참가했다. 전체 참가비는 1224만원이었고, ‘스트레스 지수 측정, 국립공원 체험을 통한 정신·신체적 힐링, 클라이밍과 해양 액티비티를 통한 휴식과 충전 기회 제공’이 프로그램 목표였다.

'대통령 경호처 신임직원 국립공원 힐링캠프 운영결과보고' 자료.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

'대통령 경호처 신임직원 국립공원 힐링캠프 운영결과보고' 자료.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

경호처 직원들은 5일 점심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5일에는 나전칠기공예, 6일 실내 암벽 등반을 체험했고, 이후 스카이라인 루지, 편백숲 맨발체험, 요트 체험 등을 했다. 탐방원 측은 보고서에 “참여자에게 1인 1실을 배정하고, 개인안전수칙 준수, 시설 방역, 발열 체크, 상시 손 소독 등 방역 규칙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호처 신임 직원 전원이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했다”며 “참여자 전원이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은 상태라 외부 식당도 이용했다”고 적었다. 실제 힐링캠프 지출내용에 따르면 직원들은 통영 소재 한식당 등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당일 문 대통령 “비상한 시기, 긴장감 고삐 조여야”

김부겸 국무총리가 7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7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를 놓고 이 의원실 측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방역지침을 강조한 날,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단체 캠프를 떠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당시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 유입으로 방역 당국은 초긴장 상태였다. 문 대통령도 7월 5일 수보회의에서 “델타 변이의 국내 유입과 국내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같은 기본 수칙 준수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고 국민에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철 유동인구 증가와 맞물려 방역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긴다면 자칫 급격한 확산으로 이어질 비상한 시기”라며 “방역에서 다시 긴장감을 높이고,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관건은 확산하는 코로나를 다시 억제하는 일이다. 강화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위반 시 즉시 영업을 정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오후 서울시내 식당가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오후 서울시내 식당가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방역 당국은 7월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 주재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K방역의 핵심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이동과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통영시 역시 경호처 힐링캠프 마지막 날인 9일부터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고, 20일부터는 3단계로 다시 격상했다.

이영 의원은 “코로나 확산 세가 극에 달했던 시기에 국민에겐 ‘참고 견뎌달라’고 하면서, 4박 5일 일정의 힐링캠프를 떠난 건 내로남불”이라며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경호처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당시 신임 직원들은 방역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식당의 경우 조식과 석식은 가림막 설치 등 방역 조치가 이뤄진 탐방원 구내 식당을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점심 식사는 외부 프로그램 참여에 따라 불가피하게 탐방원에서 지정한 외부 식당을 3차례 이용했다”며 “탐방원 측은 식사 시간대를 늦춰 외부 식당 전체를 예약, 외부인과 접촉을 피하도록 했고, 가림막이 설치된 식탁에 4인씩 떨어져 앉는 등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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