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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파 에너지 공격…“美 국무부, 아바나 증후군 원인 알고도 숨겨왔다”

중앙일보

입력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가 발생한 독일 미국 대사관. [로이터 연합]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가 발생한 독일 미국 대사관. [로이터 연합]

미 국무부가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으로 고주파 에너지 공격을 파악하고도 수년간 외부로부터 숨겨왔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왔다. 해외에서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에게서 집단으로 발병한 아바나 증후군은 현기증과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는 원인 미상의 신경계 질환을 말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지난 2018년 상반기 미 국무부가 해외 근무 중인 2명의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를 대상으로 ‘표적화된 에너지 노출’(directed-energy exposure)을 명시한 의료 검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공개한 검사지에는 해당 검사가 해외 근무자의 ‘표적화된 에너지 노출’에 대한 검사를 위한 것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들은 검사 후 즉각 본국으로 귀환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중국 광저우(廣州) 근무 중 증상을 호소한 마크 렌지는 폴리티코에 당시 검사지를 공개하고 국무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 및 관계기관과 접촉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중국 광저우(廣州) 근무 중 증상을 호소한 마크 렌지(Mark Lenzi). 그는 2018년 중국 광저우 미국 영사관에서 철수한 외교관으로 미 국무부 보안 엔지니어다. [AP=연합]

중국 광저우(廣州) 근무 중 증상을 호소한 마크 렌지(Mark Lenzi). 그는 2018년 중국 광저우 미국 영사관에서 철수한 외교관으로 미 국무부 보안 엔지니어다. [AP=연합]

2017년말 대사관 보안 엔지니어로 근무한 렌지는 상사에게 증상을 보고한 뒤 6개월 뒤에야 에너지 노출 표적이 된 것으로 판정받고 광저우를 떠날 수 있었다.

렌지는 국무부가 자신과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숨기고 의회에 관련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렌지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회 조사에 협조하자 보복에 나서기도 했다고 그는 비난했다.

2016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처음 보고된 뒤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200명이 넘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중앙정보국(CIA) 내부에 별도 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아바나 증후군’을 겪은 콜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주콜롬비아 미국대사관과 관련 있는 최소 다섯 가족이 아바나 증후군을 증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다”며 “국무부는 아바나 증후군 진상을 규명하며 피해자들을 보호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후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과 사적으로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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