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51)
준공된 지 10년 정도 된 단독주택 리모델링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준공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별 하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장을 보니 심각했다. 내벽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피고 바닥재도 썩어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된 구조 벽체의 균열도 많이 보였다. 누수가 의심되는 내벽 석고보드를 뜯어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석고보드와 벽체 사이에 단열재가 없었다. 벽체의 두께로 볼 때 노출 콘크리트 내부에 단열재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요즘도 이렇게 집을 짓는 시공자가 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시공자도 문제지만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감리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그 집을 설계한 건축사는 이 집 디자인으로 건축상을 받았고 잡지에도 소개된 작품이었다. 최근에 지어진 집이 이 지경인데 수십 년 된 집은 어떻겠는가.
오래전에 지은 벽돌집과 근래에 지은 벽돌집은 그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은 벽돌집이라도 요즈음 짓는 집은 콘크리트 구조로 짓고 그 콘크리트 구조에 벽돌을 덧붙이지만, 오래된 집은 벽돌 자체가 집을 지탱하는 구조재 역할을 한다. 수십 년이 된 집의 외관을 보면 1층과 2층 사이에 콘크리트가 보이고 대부분 페인트로 마감이 되어있다. 벽돌로 1층 벽을 다 세운 후 그 위에 거푸집을 깔고 철근콘크리트로 2층 바닥 공사를 한다. 그리고 그 바닥 위에 벽돌로 벽을 세우고 그 벽 위에 지붕을 만드는 식이다. 지극히 단순한 이 시공 방식은 사오십 년 전 소위 집장사들이 지은 대부분의 주택 구조방식이다. 당시에는 서울 외곽에 벽돌이나 블록을 찍어내는 공장이 많았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서 물로 개고 틀에 넣고 인력으로 흔들어서 벽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품질도 일정하지 않고 강도도 약했다. 불에 구워내는 적벽돌도 강도가 약했다. 그 시절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은 손으로 시멘트 벽돌 몇장 깨는 것과 적벽돌 하나 깨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한 벽돌이나 블록을 집 짓는 구조재로 사용했고 그렇게 지어진 집은 수십 년 동안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벽돌구조는 수직력에는 강하지만 횡력에는 특히 약하다. 벽돌이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에는 강하므로 당초 쌓아 올린 대로 오랜 세월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러나 횡력을 동반한 일정 강도 이상의 지진이 오면 오래된 벽돌구조는 버틸 수가 없다. 지진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공사를 하면서 진동이 오거나 지하수위가 변동되어 지반이 처지면 벽이 갈라지거나 집이 기울게 된다. 이렇게 벽에 변형이 오는 것은 조적조 구조에는 치명적이 된다. 리모델링도 주의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벽의 일부를 철거하면 그동안 겨우겨우 버티던 구조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집이 위험해지는 것이다. 콘크리트에 벽돌을 덧붙인 집은 벽돌을 다 털어내도 집의 구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벽돌 자체가 구조재인 경우는 벽의 일부만 털어내도 집 전체의 구조가 문제가 된다. 리모델링을 할 때 벽의 일부를 꼭 없애려 한다면 먼저 철골로 구조보강을 한 이후에 벽을 철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순서를 지키지 않고 구조보강 없이 철거를 먼저 강행하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다.
건축 리모델링은 수선과 대수선으로 나눈다. 말 그대로 수선은 구조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공사이고 대수선은 집의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를 건드리는 대대적인 수선을 말한다. 대수선에 해당되는 여러 법 조항 중에 조적조의 대수선에 해당하는 조항은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 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수선 공사를 할 경우 허가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절차와 비용, 공사일정 등의 이유로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법 조항을 알면서 무시하는 시공자도 있지만 이러한 법 조항을 전혀 모르는 시공자들도 많다. 오랜 세월 동안 집주인이 바뀌기도 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중간 중간에 난방이나 상하수도배관, 전기배선, 방수, 창호 등은 부분적인 수리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을 지탱하고 있는 벽돌 구조는 수리할 수 없으니 최초 지어진 상태로 오랜 세월을 수직하중을 견디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상업기능이 주거지로 확대되는 지역에서는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근린시설로 개조하는 공사가 많다. 신축에 비해 빠르고 경제적이다. 또한 수요에 맞는 용도로의 변신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고, 요즘 트랜드에 맞는 레트로 공간을 얻을 수 있으니 구옥의 리모델링은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구조를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공사 중에도 위험하지만 사용 중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