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오면 "아빠 나가!"… 이런 28개월 아들에게 서운해요 [괜찮아,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10.26 06:00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열세 번째 상담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28개월 남자 아기의 사연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엄마만 오면 “아빠 나가!” 서운해요

28개월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어린이집을 안 가려고 해서 걱정입니다. 요즘 들어 “어린이집 가자”고 하면 울면서 떼를 씁니다. 어린이집 가선 정작 잘 놀고요. 어린이집 문제로 봐야 하는지 엄마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울면서 가요.

고민은 또 있습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요. 하품을 엄청 해서 “목욕하고 잘까?” 이야기하면 자리에 누웠다가 1분도 안 되어 다시 놀아요. 불도 꺼봤지만 안되더라고요. “아빠, 아냐. 아빠, 아냐” 소리도 해요. 엄마가 없을 땐 저랑 잘 놀거든요. 그런데 엄마만 오면 엄마 품으로만 갑니다. 최근엔 “아빠 나가”라는 말까지 들어서 엄청 서운했어요. 어떻게 하면 숙면을 시킬 수 있을까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신의진 교수의 조언 갑자기 어린이집을 갑자기 한 달 전부터 가기 싫어하고, 아침에 울고, 잠도 푹 안 자고 잘 깬다면 어린이집 상황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28개월까지는 아직 아기들이라 말을 할 수는 있어도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언어로 다 표현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부모와 떨어질 땐 울다가, 또 어린이집에 가서는 잘 지내다가 하는 것이 반복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보통 두돌이 지나면 생각을 조금씩 시작해요. 사고력이 생기면서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기는 지금 28개월이니까, 사고력이 생기면서 아이가 ‘아, 이제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은데? 근데 자꾸 어린이집을 보내는구나. 내가 저항을 하면 또 늦게도 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면 부모들이 달래고 그러잖아요. 아기가 아는 거예요.

귀여운 반항인걸요

말하자면 귀여운 반항 같은 거죠. 동시에 어떻게 보면 잘 크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어요. 아기는 아직 애착이라는 심리적인 발달 단계를 끝을 못 낸 나이에요. 애착 대상자인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아직은 아이에게 많은 고통을 유발하는 겁니다. 엄마가 없을 땐 잘 놀면서 아빠가 있을 때는 “아빠 저리 가!” 하고, 엄마에게 붙어서 안 떨어지잖아요. 그게 지금 이 아이의 애착 발달의 특징인 겁니다.

왜냐하면 애착에도 순서가 있어요. 제일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1번, 그다음이 2번, 3번 이렇게요. 그래서 아주 정상 발달임과 동시에 성장하면 지나갈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기 마음을 잘라서 본다면 다른 면도 보여요.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자는 이유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이때쯤 되면 아이들에게 잠은 ‘부모와의 분리’입니다. 지금 아기에게 가장 큰마음의 이슈는 엄마하고 같이 가만히 있고 싶은데 잠이라는 것이 자꾸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눈을 부릅뜨고, 잠이 아무리 와도 놀아야 하는 겁니다.

같이 놀아주세요

그래서 좀 조언을 드리면요. 아기가 아무리 어려도 부모님께서 생활 규칙 같은 것을 만드시는 것이 좋아요. 밥을 먹고 나면 놀이를 해야 해요. 아이와 놀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요, 놀 때는 아이 기분을 확 맞춰주는 놀이를 해주셔야 해요. 그렇게 한 뒤에 이 흥분도가 계속 유지되면 안 되니까, 목욕을 하는 겁니다. 목욕할 때는 장난감 다 치우고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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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에 씻고 이렇게 잠옷 입고 눕는 것을 놀이처럼 해주세요. 그런데 흥분된 놀이가 아니라, 조용하고 정화되는 느낌의 놀이처럼 해야 해요. 조용히 엄마와 가만히 누워서 가만히 있어 보기 놀이를 해보는 겁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볼까?’ 이 정도로요. 조용하게요. 또 밤에 잘 때마다 읽어주는 책 같은 것도 있잖아요. 어려운 책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하는 짧은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그럴 때는 부모님이 할 일이 있어도 일단 아이와 함께 자는 분위기로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코 자는 것을 보고 일을 하셔야 해요.

아빠 나가! 이런 말로 서운하시다고 하셨는데요. 아이는 아빠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빠랑만 놀면 엄마가 없어진다는 것이 너무 싫은 거예요. 차라리 셋이서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세요. 어머니를 떼어내지 말고요. 엄마 아빠 아이 셋이 할 수 있는 놀이가 많거든요. 아이들하고 놀 때는 일상의 모든 것이 다 장난감이에요. 부부가 함께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아요. 공을 서로 굴려주기도 하고요. 그래야 아이가 ‘아, 나 엄마랑 떨어지는 거 아니구나’ 하는 안심 때문에 아빠도 더 사랑하게 됩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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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회성이 낮대요

만 4세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22개월 때 해외에 나갔다가 34개월 차에 귀국했어요. 언어가 느려서 현재까지 언어 치료를 받고 있어요. 1년여의 해외 체류로 집에서는 한국어, 어린이집에서는 영어, 그 외 생활에서는 또 다른 언어에 노출되는 환경이었어요. 한국어는 귀국해서 점차 문장을 구사하게 되었고요.

상호 작용 때 눈 맞춤을 잘 하지 않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중 한쪽만 타기를 고집하기도 해요. 꼭 자신이 버튼을 눌러야 하고, 다니던 길로만 가고 싶어하고요. 근데 친구들에겐 별 관심이 없어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요. 사회성이 또래에 비해 낮다고 하네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아이 사회성을 키워주고 싶은데, 막막합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신의진 교수의 조언 아이가 어린 나이인데도 병원도 가보고 발달 검사도 받고 하신 것은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사회성의 기본은 ‘남하고 나하고의 관계를 어릴 때부터 어떻게 느끼느냐’에 있어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거의 비슷하게 관심 있으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요, 아마 아이는 약간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 보여요. 그런 경우엔 언어 발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아이를 따라 해보세요

사회성이 낮은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아이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서 거기에 맞게끔 그 부분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친구와 놀게 한다거나, 말을 많이 해준다거나는 아니고요. 아기마다 놓친 지점이 어딘지,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도와줘야 하는 사회성 증진 기술이 다르거든요. 아이마다 특징적인 부분을 찾는 것이 필요해요.

감정을 느끼는 뇌와 사회성을 느끼는 뇌는 한 묶음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 뇌에 자극을 많이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길 권해드려요. 간단해요. 아이를 따라 해보세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방긋 웃잖아요. 같이 웃어야 해요. 아이가 아~ 하면 아~하고 따라 하시는 겁니다.

언어를 가르쳐주고 고쳐주는 것보다 아이 언어를 따라 해주세요. 특히 아기가 어릴 때는 행동이나 말을 모방해주는 것 자체가 정서와 사회성 뇌에 불을 켜요. 언어가 약간 늦다면, 언어의 뇌만이 아니라 소통과 관련된 감정, 사회성의 뇌에 자극이 덜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거든요. 줄줄이 사탕처럼요. 정서발달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성 발달이 또 언어 발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뇌가 잘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육아를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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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엘리베이터만 타겠다고 하는 것들은 아이 마음속 불안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요, 특정 감각에 대해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제 경우 큰아들이 굉장히 예민한 아이였어요. 새 신발을 신는 것도 거부했어요. 뭐든지 새로운 것이 들어가면 기겁을 했어요. 저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관찰해보니 익숙해지면 또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새 신발을 사놓고 방에 전시를 해뒀습니다. 한 2주쯤 지나면 가지고 놀기도 하고, 신어도 봐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기분 좋은 데 갈 때 이 신발 신고 가자” 그러면 신어요. 돌이켜보면, 이것이 아이가 보였던 ‘유아기 불안’이었어요. 아기들은 뇌 발달이 빨리 이뤄져요. 그래서 독특한 행동을 보일 때 ‘그냥 고집이려니’ 생각하지 마시고, 기질의 문제일까, 혹은 타고난 감각의 특이성일까 등 원인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전문가를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13회. 신의진 교수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김지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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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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