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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이가 돼버린 할머니…32세 손녀는 자꾸 눈물이 납니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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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10월에도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모십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8차 마감: 10월 31일

송가람씨는 오늘의 인생 사진이 할머니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거니와 오래도록 기억해야할 추억을 만들고자 사연을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송가람씨는 오늘의 인생 사진이 할머니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거니와 오래도록 기억해야할 추억을 만들고자 사연을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년에 결혼한 경기도 하남의 32살 송가람입니다.
저에게는 소중하고 소중한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아버지가 20년 전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여장부처럼
홀로 당당하게 생활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홀로 이기에

무서움을 타셔서
집에 진돗개를 기르기도 하십니다.

늘 씩씩한 척하면서도 여린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어렸을 때부터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셨습니다.

1남 4녀 중 첫 손녀인 저를 무척 예뻐 해주셨던 기억,
어렸을 때 자랐던 할머니 집에 대한 추억,
어린 기억인데도 하나하나 여태도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 간 이후에도
방학마다 놀러 간 저와 동생의 밥도 손수 먹여주시고,
저녁에는 세숫대야와 비누 그리고 수건 하나로

한 명 한 명 씻겨주시던 우리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한글을 못 읽으셨지만,
한글을 배워야겠다며 버스를 타고
익산 노인학교까지 가서
한글을 배우고 떼셨죠.

그런데 판소리까지 배우시면서
공연도 하셨던 멋있는 우리 할머니가

이제는 치매 초기로
더는 혼자 생활하실 수가 없게 되었어요.

언제나 제 옆에서 오래 계실 것만 같았던 할머니가
순간순간 기억을 잘 못 하시게 되신 겁니다.

자존심이 강한 할머니는
본인의 아픔이 믿고 싶지 않으신지,

성인 기저귀를 하셔도
행여 대변이나 소변을 보실까 하여
며칠 동안 먹지 않으시기도 합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도 강해져
깔끔했던 할머니 집은 짐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집에 대한 애정이 많은 할머니지만
혼자서 생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아빠 집과 고모 집으로 올라오게 되셨습니다.

아직도 할머니는

집에 가고 싶다며,
자기 집이 최고라고  말씀하시며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통화할 때마다
“가람아 네가 전화해줄 때마다
할머니는 힘이 나네요~고마워요”하는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부터 납니다.

돌아갈 기약 없는 집을 그리워하는 할머니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드리고자 사연을 보냅니다.

할머니와 저의 인생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며….
송가람 올림


난생 처음 교복을 입은 할머니는 한껏 뽐내듯 포즈를 취했습니다. 이는 가람씨가 교복을 준비하며 바랐던 할머님의 모습인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난생 처음 교복을 입은 할머니는 한껏 뽐내듯 포즈를 취했습니다. 이는 가람씨가 교복을 준비하며 바랐던 할머님의 모습인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 하남 나무고아원에서 만난
할머니와 손녀는 옛 교복 차림이었습니다.

이 옛 교복은 가람씨가 인터넷을 뒤져
전주에서 대여한 겁니다.

택배가 안 되는 탓에
고속버스에 실려 온 교복을
동서울 터미널에서 직접 받아 오기까지 한 겁니다.

가람씨가 이토록 할머니에게
교복을 입히고 싶어한 이유가 뭘까요?

“할머니는 혼자서 한글 공부하시고,
노인 대학 가서 공부도 하셨죠.

그러니 할머니는 한 번도 교복을 입어본 적 없어요.
그래서 꼭 한번 할머니에게 교복을 입혀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가람씨가 그토록 할머니에게
교복을 입히고 싶었던 이유가 아리디아렸습니다.

오래전 할머니가 어린 손녀들 품었듯 손녀는 할머니를 품었습니다. 손녀 품에 든 할머니의 표정은 포근해 보였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래전 할머니가 어린 손녀들 품었듯 손녀는 할머니를 품었습니다. 손녀 품에 든 할머니의 표정은 포근해 보였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할머니는 소녀 감성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할머니가 손녀를 품었듯

이제는 손녀가 할머니를 보듬었습니다.

가람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발병 소식을 들은 게 언제인가요?”

“그게 2년 전인데….
어릴 때 저를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가람씨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

손녀의 눈물을 닦아주던 할머니는 손녀의 뽀뽀 공세에 싫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 겁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손녀의 눈물을 닦아주던 할머니는 손녀의 뽀뽀 공세에 싫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 겁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 찍는 것을 도와주러 온
가람씨 동생이 말을 거들었습니다.

“지난해 언니 결혼식 때,
대기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언니는 울보예요.
그래서 할머니가 언니를 울보라 놀리기도 해요.”

처음 본 사진기자를 경계하던 할머니는 손녀가 머리 매무새를 다듬어 주자 비로소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보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 본 사진기자를 경계하던 할머니는 손녀가 머리 매무새를 다듬어 주자 비로소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보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때였습니다.

할머니가 손을 내밀어
손녀의 눈물을 닦아줬습니다.

소녀로 돌아가 있던 할머니,

손녀의 눈물 앞에서
다시 할머니로 돌아온 듯했습니다.

손녀의 손을 끌고 앞장서 가는 할머니, 소녀 시절로 돌아간 할머니지만, 손녀를 보살피던 할머니의 본능은 그대로 인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손녀의 손을 끌고 앞장서 가는 할머니, 소녀 시절로 돌아간 할머니지만, 손녀를 보살피던 할머니의 본능은 그대로 인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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