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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본부장이 실세" 대대로 성남도개공 알력…시장 몰랐을까

중앙일보

입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경기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경기도

“역대 시장들은 (성남시설관리공단의) 기획본부장에 자기 측근을 임명했다. 이사장보다 본부장이 진짜 실세다. 이사장은 주로 이름있는 사람을 앉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가 전한 공사의 인사 관행이다.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0년 당시 직원이 530여명에 이르는 성남시의 최대 규모 산하기관이었다. 기획본부장은 시설관리공단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고, 공단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사장이었지만 대부분 업무가 본부장 선에서 결정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시 산하기관 인사는 ‘파워 게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녹음 파일이 등장하면서 성남시 산하기관 지휘부 인사를 둘러싼 ‘파워 게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때나 도시개발공사 때나 인사는 지역 정가의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공사 인사의 전후 사정을 시장이 모를 리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10년 10월 채용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염동준 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2011년 2월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인사권을 휘둘렀다. 2011년 7월 성남시의회 회의록 등에는 당시의 첨예한 대립 정황이 나온다.

기획본부장 인사권 장악, “시장 내락 없이 불가능”

유근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공단은 2010년 10월 그동안 이사장 고유권한이던 직원 인사권을 사무위임전결 규정을 고쳐 기획본부장 앞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사장의 손발을 묶은 채 이사장의 권한을 무력화시켜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내락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항”이라고 질타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당시 염 이사장이 주변에 ‘얘(유동규) 때문에 못 해 먹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결국 염 전 이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12년 6월 퇴임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염 전 이사장은 “내부 조직 관리에 미숙한 점이 사실 있다”고 밝혔다.

시장 바뀌면서 임원 인사권 갈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직후 성남시에서는 성남시설관리공단의 임원 인사권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성남시설관리공단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 중에 임원을 임명해야 한다.

성남시의회 제171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2010년 8월 25일)에 따르면 최윤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공단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두 명의 임원추천위원을 과장께서 이력서를 가지고 공단 관계자를 만나서 공단에서 추천하는 임원들은 이 사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력서를 전달해준 적이 있나”고 묻자 성남시 예산법무과장은 “그렇다”고 발언했다. 성남시가 이력서까지 전달한 인물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과 김모씨로 유동규 전 본부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었다. 김모씨는 유 전 본부장과 같은 분당 한솔5단지 조합 출신 인사였다.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을 지냈다. 사진 포천도시공사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을 지냈다. 사진 포천도시공사

이재명 시장 취임 뒤 이사장 해임

이대엽 시장이 임명한 신현갑 전 성남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임명을 거부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최 전 의원은 “임원추천위원 5개 조항 자격에 맞지도 않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시설관리공단을 관리 지도해야 할 예산법무과가 이런 것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장대훈 당시 성남시의장(새누리당)은 “임원추천위에선 총점제를 통해 임원을 뽑는 거로 아는데, 성남시가 (입맛에 맞는 채용을 위한) ‘안전판’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의회 몫은 여야 합의에 따라 추천해서 그중 일부는 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성남시에서 과장이나 부서가 시장의 결재나 방침도 안 받고 독단적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취임 두 달 뒤 기존 성남시설관리공단의 이사장과 다음 순위인 사업본부장(기획본부장 겸직)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방만한 경영’ 등을 이유로 해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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