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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장동보다 한술 더뜬 백현동 ···'세력'만 '떼돈' 벌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당시 현장 상황. 거대한 옹벽밑에 있는 포크레인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네이버 항공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당시 현장 상황. 거대한 옹벽밑에 있는 포크레인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네이버 항공뷰.

경기 성남시 '백현동 프로젝트'도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어느 순간 갑자기 '관'이 빠지고 '민간'이 사업이익을 독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의 경우 '민간독자개발'을 '민관합동개발'로 돌려 성남시가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수했다는 것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장인데, 백현동 프로젝트(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진행 과정은 이와 정반대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한국식품연구원과 성남시간의 백현동 프로젝트 관련 공문들에 따르면 식품연구원은 두 차례(2014년 9월, 2015년 1월)에 걸쳐 "땅을 매입한 사업자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토록 해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성남시에 전했다.

성남시가 2015년 3월 20일 한국식품연구원에 보낸 공문. 성남시는 해당 공문에서 백현동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해 한국식품연구원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 등의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성남시가 2015년 3월 20일 한국식품연구원에 보낸 공문. 성남시는 해당 공문에서 백현동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해 한국식품연구원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 등의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연구원 관계자는 "성남시가 토지 용도를 상향 조정해줘야 민간사업자에게 땅을 팔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성남시가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며 "토지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은 민간사업자와 상의 결과 성남시로부터 거부당한 이유가 '공공성 부족'이라고 판단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참여시키는 '민관합동카드'를 성남시에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2015년 3월 식품연구원 측에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등 9가지를 보완하라고 회신했다. 공공기관 이전부지라 할지라도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다.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의 상위계획인 경기도 종합 계획(2012~2020)상 식품연구원 부지는 R&D 센터 또는 벤처단지 등의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게 돼 있었다. 성남시가 식품연구원 요청을 반려했던 이유도 "경기도 종합계획 및 성남시 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2014년 9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 백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토지 용도 변경을 요청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당시 보낸 공문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은 2014년 9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 백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토지 용도 변경을 요청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당시 보낸 공문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연구원

이렇게 완강하던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 등을 조건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고, 성남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당초 식품연구원 측의 요청이었던 '2종일반주거지역'보다 2단계나 더 높여 준주거지로 용도를 변경해줬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용적률=돈'인데 준주거지의 용적률(500% 이하)은 2종일반주거지역 용적률(250% 이하)의 두 배가량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성남시의 기조가 180도 바뀐 시점은 딱 김모씨가 백현동 민간사업자 팀에 합류한 2015년 1월"이라며 "국내 아파트 개발 역사상 전무후무한 '4단계 용도 상향조정'과 '50m 옹벽'이 김씨 등장 이후 성남시가 내놓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대 50m높이의 옹벽과 10m 안팎의 거리를 두고 지어진 백현동 아파트. 함종선 기자

최대 50m높이의 옹벽과 10m 안팎의 거리를 두고 지어진 백현동 아파트. 함종선 기자

김씨는 이후 백현동 민간사업자인 B 시행사 회장과 '주식양도절차이행'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법원은 김씨가 백현동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최대주주(특수목적금융회사의 보통주 25만주 양수권)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이재명 전 지사의 선거대책본부장(2006년 성남시장 선거)을 지냈다.

그런데 용도변경의 '조건'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는 이재명 당시 시장이 '4단계 상향 보고서'에 서명한 2015년 4월 이후 성남시 공식 기록에서 사라졌다. 2015년 8월 식품연구원 부지를 놓고 진행된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의견'에도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참여 제안에 대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참여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성 변동이 크므로 사업 규모 확정 후 결과에 따라서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 는 검토의견을 보내왔다"며 "당시 해당 프로젝트에서 도시개발공사의 역할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것 같고, 공공 기여도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로 갈음됐다"고 말했다. 심의에 따라 사업자는 '공공기여'를 위해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R&D건물(연면적 1만6530㎡)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는 확약서를 성남시에 제출했으나, 이후 R&D건물은 'R&D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로 기부채납 내용이 바뀌었다.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부동산 개발 전문가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 시행사 대표는 "대장동이 토지수용권 행사로 땅을 싸게 사게 돼 사업성이 좋아졌다면, 백현동은 4단계 용도 수직상승으로 용적률이 높아져 지분 참여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잔칫상이 차려졌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떼돈'을 벌게 성남시가 판을 짜 줬다는 건 시행의 'ㅅ'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여기서 민간사업자가 대장동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이른바 '토건세력'이라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는 파악 중이지만 늦은 시간에 확인을 요청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추후 확인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백현동에서 민간사업자가 얻은 분양이익은 약 3000억원(감사보고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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