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압력 받고 사퇴한 황무성 "이재명 지시라 생각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6 05:00

업데이트 2021.10.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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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초대 사장이 2015년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과 관련해 25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공모를 일주일 앞두고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유한기씨로부터 사퇴를 종용받는 내용의 녹음 파일을 공개된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것이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심정에 대해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는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며 “사장님은 너무 순진하다”“시장님 명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앞서 공개된 또 다른 녹음 파일에서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면서 사직서를 요구하는 사람이 이 시장의 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공사 기획본부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퇴 압력 의혹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대부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황 전 사장이 그만둘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도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은 황 전 사장과의 주요 문답.

유한기씨가 ‘시장님 명’을 언급하는데, 어떤 뜻으로 받아들였나.
“유씨가 ‘정’(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를 계속 언급하지 않나. ‘시장님’이라고 7번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사퇴의 명’을 이재명 시장이 내렸다는 뜻인가.
“나는 그렇게밖에 인식을 못 한다. ‘정 실장’ ‘유동규’ ‘시장님’ 이렇게 말하는데 당연히 그렇게 이해했다. 임면권자가 한 거다. 정이나 유가 나를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나.” (※공사 사장 임면권자는 시장이다.)
유씨가 시장 지시로 움직였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사장님 순진하다”는 본부장…“출장 후 압박 들어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장님이 빽이 있었나 뭐가 있었나. 공적이 있고 그런 사람들도 1년 반, 1년이면 다 갔다”며 “너무 순진하다”며 사퇴를 종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두 사람 사이 이런 대화가 오간 2015년 2월 6일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기도 했다. 유씨는 “다음에 사직서를 작성하겠다”는 황 전 사장에게 “아니다. 오늘 해야 한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녹취를 하게 된 사정이 따로 있었나.
“검찰에도 진술한 내용이지만, 유씨 말로는 자기도 2014년 12월 말부터 (내 사퇴에 대해) 쪼들렸다고 한다. 그래도 2015년 1월 중순까지는 자기도 참았는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호주 출장을 1월 16일에 다녀왔다. 갔다 오자마자 17일부터 유 전 본부장이 유씨를 압박한 거 같다. 그러다 그날(2015년 2월 6일)은 워낙 강하게 이야기했다. 점심을 먹고 들어왔는데 오후 3시쯤부터 강하게 얘기를 하니 녹음을 했다.”(※유 전 본부장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2015년 1월 6~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창피했다.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본인 퇴임이 아쉬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보니까 유씨 말대로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싶었다. 녹취록에도 제가 ‘정 실장이 두 마디 하는 얘기네’라고 한 것은 나한테 하는 말, 유씨에게 하는 말이 다르다는 뜻이다. 정반대되는 얘기를 양면성을 가지고 하는 거다.” 
왜 순진하다는 생각을 했나.
“당시엔 화천대유 등을 전혀 몰랐다. 6년 동안 모르고 있었다. 공사를 나오고 나서는 그쪽에 전혀 눈길도 안 줬는데, 유 전 본부장 구속 소식을 접하면서 알았다. 기분이 안 좋았다.”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계기가 특별하지는 않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 자신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직서도 직접 쓴 게 아니라 유씨가 가져온 거다. 거기에 서명만 했다. 검찰과 경찰에도 녹취록을 오늘 제출했다.”
유 전 본부장과 이재명 후보는 서로 측근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들도 ‘두 마디’ 한다고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도지사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도지사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녹음 파일을 공개한 김은혜 의원은 “논란의 사안일수록 증거를 보라는 이재명 지사의 지론대로 따라가 보니 국감에서 위증 의혹투성이다. 대장동은 마감 국면이 아니다. 이제 작은 발걸음 하나 뗐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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