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 논설위원이 간다

“후보의 시간 아닌 검사·특검의 시간 올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10.26 00:33

업데이트 2021.10.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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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감사패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25일 대전K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충청지역 합동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후보. [뉴스1]

권력은 포연을 뚫고 나온다. 도중 수많은 위기와 고비가 있다. 피아 구별도 어렵다. 정두언 전 의원이 생전에 소개한 일화가 한 예이겠다. 2007년 대선 막바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BBK 동영상을 거래하고 싶다던 이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이들 3인조를 신고, 파출소에 데려갔는데, 20분 만에 민주당 유력 의원이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은 “함정이었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시간』)고 썼다.

박성민 "후보교체 불가…수사 끌 것"
박동원 "안철수는 완주 안 할 듯"
이준호 "여성 진보, 남성 보수 성향"

3·9 대통령 선거까지 130여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이어 11월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다. 제3지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등판 채비 중이다. 이들은 어떤 위기와 고비를 마주하게 될까. 여야를 넘나들며 활동한 정치 컨설턴트 3인에게 물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박동원 폴리컴 대표,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다.

#1. 대장동 사건 vs 고발 사주 사건

과거엔 주로 한쪽 대통령 후보가 수사 선상에 오르곤 했다. 이번엔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서로 “감옥 갈 사람”이라고 한다. 두 사건의 파문은 어떨까. 먼저 박성민 대표에게 물었다.

“두 건을 등가(等價)로 보긴 어렵다. 고발 사주와 달리 대장동 건은 (관련자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진술하고 있다. BBK를 예로 드는데, 그건 MB 거냐 아니냐의 거짓말 논란이었지만 대장동은 그 차원을 넘는다. 이재명 후보의 오늘을 있게 한 두 가지를 들라면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족쇄가 풀렸고 코로나 팬데믹 때 조지 패튼 같은 야전사령관 이미지로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무죄 판결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겁 없는 추진력이 국민을 겁나게 했다. 그의 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이 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대표. 변선구 기자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대표. 변선구 기자

박동원 대표도 대장동 건이 더 크다고 봤다. 그는 “고발 사주 건은 녹취나 문서가 나오지 않는 한 윤 후보가 지시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나오겠느냐”라며 “민주당이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 건은 이 후보가 돈을 받은 게 없지만 임명하고 결재한 게 있다”며 “물론 이 후보 지지자들은 고발 사주에, 윤 후보 지지자들은 대장동에 주목하겠지만 스윙보터들에겐 대장동이 더 파급력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준호 대표의 생각은 좀 달랐다. “두 가지가 서로 상쇄한다고 본다. 지지층 결집에 보탬이 될지언정 중도층을 끌어오는 효과는 약할 것이다. 대장동 이슈가 상대적으로 더 영향이 있겠지만, 그 결과 내가 표를 던질 후보에 대해 정서적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양 진영의 후보들은 중도층을 내모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후보교체론의 가능성에 대해선 박성민 대표는 대단히 낮게 봤다. 그는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조건은 한 가지다. 후보가 구속 기소 되는 건데 그게 되겠나. 반대로 무혐의가 나온다면 60, 70% 대중이 받아들이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사를 끌다가 두 후보 모두 특검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준호 대표도 특검을 예상했다. 그는 “검찰 스스로 필요성을 입증하는 격”이라며 “11·12월 특검법이 통과하고 특검 임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후보의 시간이어야 하는데 검사의 시간, 특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현직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임기 말 지지도를 받고 있다. 25일 마지막 국회 시정연설에서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다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의욕이 있다. 최근 국산전투기(FA-50) 탑승이나 누리호 발사 행사에서 드러나듯, ‘보여주기’에 대한 선호도 여전하다.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에서의 북한과 이벤트 가능성도 있다. 과거 현직 대통령들과 달리 유권자의 가시권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정권재창출보단 정권교체 여론이 강하다. 청와대의 불편함에도 민주당이 ‘사실상의 정권교체’를 들고나온 배경일 터다. 박성민·이준호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미묘할 수 있다고 봤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이준호=“문 대통령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이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여론조사 상으론 지지도가 40% 가깝게 나온다. 실패한 대통령이지만 실패하지 않은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로선 까다로울 것이다. 1위로 올라선 지 1년이 되었는데, '부자 몸조심'으로 갈지, 변화의 중심으로 설지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이 후보는 전자를 택했고 현재도 그렇게 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박성민=“이 시점에선 원래 여당 후보가 주도권을 가지고 선거를 준비한다. 노태우 후보도 6·29 선언을 했다. 이번엔 이재명 후보가 자기 흠결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주도적으로 당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공간이 열려있다. 더 중요한 건 야권의 유력 주자도 똑같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무리한 수사를 할 의사가 없다고 양쪽에 동시에 전달하지 않았을까.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3. 안철수·심상정의 선택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6~10%대 지지율을 보인다. 스스로 당선될 순 없지만 다른 이의 당락엔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15대 대선(김대중 대통령 당선)땐 1.53%포인트, 16대(노무현)엔 2.33%포인트, 18대(박근혜)엔 3.53%포인트 차이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18대 대선에서 단일화에 응했거나(안철수), 단일화를 위한 중도하차(심상정)를 한 적이 있다.

박동원 대표는 “심 후보가 이번에도 주저앉으면 정의당의 존재 자체가 거의 와해할 수 있다고 본다. 정의당 안에서 민주당에 반감이 큰 사람이 많다”며 “과거엔 (진보가) 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으나 이번엔 정권 재창출인데 명분이 되느냐”고 했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완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자신 때문에 졌다고 하면 그 이후가 없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박성민 대표는 “논리적으로 보면 심 후보가 끝까지 갈 거란 거고 안철수 대표는 안 간다고 하는 건데 그게 맞는 말이지 모르겠다. 예측 불가”라고 했다. 이준호 대표는 단일화 압박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영이 이탈돼 여야 후보 모두 자기 진영의 표만 가지고 불가능하다, 승리 공식이 되기 어렵다, 단일화 안 하면 진다고 하면 후보들은 유혹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벅동원 폴리컴 대표

벅동원 폴리컴 대표

실제 진보 진영에선 이재명·심상정 단일화 가능성을 얘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해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흐름은 어떨까. 이준호 대표는 백중세로 본 듯하다. 그의 말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진보가 확대되었지만 2018년 지방선거를 경과하며 다시 밸런스가 돌아갔다고 본다. 다만 과거와 같이 보수·진보·중도로 투사해서 표심을 분석하기에는 제한성이 있다. 세대 부분 때문이다. 2030세대에서 여진남보(女進男保·여성은 진보, 남성은 보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30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워낙 강력해 여성의 진보화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다.”

박성민·박동원 대표는 현재로썬 야당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박동원 대표는 “이재명 후보는 면접조사든 ARS 조사든 35%에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는 “충분조건에 이르지 못했지만, 기저에 이르는 힘은 정권교체가 강하다고 본다”며 “역사상 가장 높은 직권남용, 업무방해의 허들을 만들어놓고 대장동만 아니라고 할 수 있나. 60대 이상은 투표 많이 하고 50대는 반반이라고 40대는 민주당이 강하지만 20, 30대는 상당한 이탈이 있다. 민주당엔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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