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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용하의 이코노믹스

10년간 38%…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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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점점 커지는 사회보장 비용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

사회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8대 사회보험이 징수한 지난해 보험료 총액은 151조원에 이른다. 2010년 74조원에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간 사회보험료 연평균 증가율은 7.4%로 GDP 증가율 4.3%의 1.7배에 근접한다.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가 소득 증가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어, 세금과 함께 가처분소득이 경제성장률만큼 증가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운영된다. 즉, 수급하는 사회보험 급여에 필요한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므로 사회보험료를 부담한 만큼 복지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보험 서비스는 받을 때는 좋지만, 그에 필요한 비용은 부담스럽다. 따라서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의 원인과 전망, 그리고 지속가능성 여부를 현시점에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8대 사회보험 중에서도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5대 사회보험을 눈여겨봐야 한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3대 직역 연금은 정부 지원이 많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부담 계속 증가
문 정부의 보장성 강화도 한몫
국민연금 등 8대 보험 개편 시급
현세대 부담 늘려 파탄 막아야

소득세·사회보험료 10년간 52% 증가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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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료는 소득에 일정률을 부과하므로 소득이 증가하면 보험료율이 동일해도 보험료가 늘어난다. 또 제도별 보험료 부담의 합계는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커지게 된다. 소득과 가입자 수 변동에 따른 요인을 제외하면 보험료의 증가는 보험료율 상승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데 보험료율은 급여율(보장률)의 변화에 따라 등락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보험료율 변동을 제도별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5대 사회보험 중 보험료율이 법률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뿐이다. 평균수명 연장 등 보험료율 인상 요인이 더 커졌는데도 소득 대비 9%의 보험료율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5대 사회보험 증가율과 경상GDP 증가율

5대 사회보험 증가율과 경상GDP 증가율

그러나 다른 사회보험은 무서운 속도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형식상으로는 매년 의결권을 가진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결정은 사실상 정부가 한다. 2010년과 비교할 때, 보험료율이 가장 빠르게 인상된 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이 제도는 2010년에는 소득대비 0.35%였으나 2020년에는 0.79%로 급상승했다. 치매·중풍 질환의 발병 소지가 높은 75세 이상 인구 증가와 문재인 정부 들어 보장성을 강화한 여파다.

또 건강보험은 2010년에는 소득대비 5.33%였으나 2020년 6.55%로 22.9% 높아졌다. 노인 인구 증가와 보장성 강화가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고용보험은 2010년에는 소득대비 0.9%였으나 2020년에는 1.6%로 77.8% 급상승했다(실업급여계정). 여기에 더해 근로소득세율이 점차 상향 조정되면서 월급에서 나가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10년간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 통계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는 2010년 92만원에서 2020년 140만원으로 5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스웨덴은 부담률 되레 감소

현재의 사회보험료 부담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높은 것은 아니다. 사회보험료 부담의 총합을 GDP로 나눈 비율인 사회보장부담률은 2019년 7.5%로, OECD 평균 8.9%보다 낮다. 여기에 조세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8%에 비해서 6.5%포인트 낮은 27.3% 수준이다.

2009~2019년 GDP대비 사회보험료 부담 비율 증가율

2009~2019년 GDP대비 사회보험료 부담 비율 증가율

문제는 사회보장부담률의 증가 속도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9∼2019년 10년간 한국의 사회보장부담률 증가율은 37.9%로 가장 빠르다. 다음 순위인 터키(26.5%)·슬로바키아(21.2%)·일본(21.1%)보다 훨씬 더 높다. 이 기간 프랑스(-8.4%)와 스웨덴(-13.6%)은 오히려 감소했고, OECD 평균은 2009년 8.7%에서 2019년 9.2% 증가에 머물렀다.

이러한 증가 속도를 유지할 때, 2020년 GDP의 7.8%인 사회보험료 부담이 2040년에는 14.9%, 2060년에는 22.8%까지 높아질 것으로 사회보장위원회는 전망하고 있다. 2060년이 되면 인구 고령화에 직접 영향받는 건강보험은 GDP 대비 2020년 3.9%에서 8.9%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0.5%에서 2.7%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2.8%에서 9.9%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60년의 GDP 대비 전체 사회보장지출은 2020년 12.5%에서 27.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60년 4대 공적연금 기금 고갈

사회보험 비용부담의 증가를 미래 세대가 부담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재정전망에 따르면, 2060년이 되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적립기금이 모두 고갈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대비 현행 9% 수준에서 소득의 31% 수준으로 인상해야 그 시점의 노년 세대에게 연금을 계속해 지급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 역시 보험료율을 40% 내외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국고 보전이 있어야 유지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도 현재 소득의 8%에 조금 못 미치는 보험료율을 3∼4배 수준으로 인상해야 급여 지출을 충당할 수 있다.

향후 사회보험 비용 문제의 근원은 저출산과 장수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있다. 당장 올해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하락해 0.8명 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분간 인구구조의 획기적인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8대 사회보험제도의 구조를 인구 고령화 시기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래 세대 입장에서는 절대적 비용부담 수준도 문제이지만, 보험급여 대비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되기 때문에 사회보험 가입 유인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대 간 불공정성의 중심에 4대 공적연금이 있지만,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OECD 평균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사회보험 보장수준을 낮추기는 어렵다. 현시점에서 가능한 대안은 노년 부양비 상승으로 인한 현세대에서 미래 세대로의 사회보험 비용 전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8대 사회보험, 어떻게 수술할까

사회보험 제도별로 보면, 적립기금이 아직 고갈되지 않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수급부담 구조의 균형화를 서두르면 재정이 안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반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기금이 소진돼 국고 보전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수지균형 체계로 전환하면 장기적으로 국고 보전의 증가 폭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공적연금과 달리 보험료 적립구조가 없기 때문에 세대 간 비용부담의 이전을 사실상 막기 힘들다. 더욱이 의료 및 요양서비스 공급자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훨씬 더 복잡하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환자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이 의료비 절감 유인을 높이도록 진료비 지불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고용보험은 최근에는 보장성 확대와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증가로 급여지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출산 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급여 보장성 확대로 인한 지출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에 따른 실업급여 청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출이 쉽사리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보험료율을 소득대비 1.8%로 인상하기로 했지만, 추가 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확대된 보장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재보험은 연금급여 수급자 누적으로 급여지출 증가가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정운영을 합리화해야 한다.

8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담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응을 늦추면 제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사회보험료 비용부담의 변화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물이자 세대 간 공정성 문제와 직결돼 있어 보험료 인상 자체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사회보험 비용부담의 적정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