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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준호의 사이언스&

빅뱅 이후 첫 별 탄생도 보는 망원경, 외계생명 찾아 우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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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심(深) 우주, 지구~달 거리(38만㎞)의 3.9배에 이르는 곳.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  절대온도 40K, 섭씨 영하 233도에 이르는 적막과 진공의 우주공간에 거대한 ‘돛단배’가 뜬다. ‘제임스 웹’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배’는 태양과 지구를 등지고 하나의 행성처럼 태양계를 공전한다. 주 임무는 우주 탄생 이후 최초 별의 생성 탐색과 우주 속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한국에선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첫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얘기로 뜨겁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구사회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거대 우주 이벤트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오는 12월 18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2대 국장 제임스 에드윈 웹(1906~1992)의 이름을 딴 이 우주망원경은 수명을 다해가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를 존재다. 질량은 허블의 절반 수준인 6.2t이지만, 반사경의 지름은 6.5m로, 허블(2.4m)의 2.5배에 달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12월 발사
지구서 150만㎞, 라그랑주 L2 안착
자외선 이용해 성운 너머도 관측
“허블 넘어서는 연구결과 기대”

돛단배 모양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금빛으로 빛나는 둥근 반사경 아래 배 모양이 태양열과 빛을 차단하는 차폐막 역할을 한다. [사진 ESA]

돛단배 모양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금빛으로 빛나는 둥근 반사경 아래 배 모양이 태양열과 빛을 차단하는 차폐막 역할을 한다. [사진 ESA]

고도 559㎞에서 96분마다 한바퀴씩 지구를 도는 허블이 주로 우주의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광학 우주망원경이라면, 제임스웹은 가시광선보다 더 깊은 우주를 볼 수 있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다. 허블이 관측한 가장 먼 우주 천체는 134억 광년 떨어진 은하다. 하지만 허블은 가스나 성운에 가려진 별은 관측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제임스웹은 적외선 망원경의 특성상 별이 탄생한다는 성운 속을 뚫고 그 너머를 볼 수 있다. 6.5m에 달하는 반사경을 이용해 빅뱅, 즉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 이후 태어난 첫 별과 은하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자외선 분광기를 이용해 먼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 생물의 존재 가능성도 파악해 낸다. 또 다른 망원경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지금껏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다면, 제임스웹은 그 수많은 외계행성 중에서도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기존 우주망원경과 달리 특이한 돛단배 모양을 하고 있다. 6각형 18개가 모인 벌집 모양의 초대형 거울이 돛 모양으로 펼쳐져 별빛을 받아들인다. 그 아래 배 모양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우주망원경은 빛과 열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항상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처럼 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온도가 급속히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5중 구조로 이뤄진 차폐막을 이용해 태양으로부터 밀려오는 열을 600도 이상 떨어뜨린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거울 본체는 원소 번호 4번 베릴륨(Be) 합금으로 만들었다. 반사경이 되는 표면에는 순금을 입혔다. 덕분에 기존 유리재질의 반사경보다 가볍고 강하며 열 변형도 적고 적외선 반사능력도 뛰어나다.

제임스웹과 허블 우주망원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임스웹과 허블 우주망원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우주로 올라가기 전, 오랜 ‘출산’과 긴 여행을 했다. 미국 NASA가 주도하고 유럽과 캐나다 우주국이 참여한 이 망원경은 1997년 제작에 들어갔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노스롭 그루먼이 제작을 주도했다. 애초 계획에는 5억 달러(약 5800억원)의 예산으로 2007년 완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이유로 20년이 넘게 시간이 흐르고 예산도 초과돼 총 100억 달러(약 11조 7000억원)가 넘는 돈이 투입됐다. 이렇게 완성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지난 9월 26일에서야 길이 33.5m의 전용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실 비치항을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남미 북동쪽 프랑스령 기아나, 북위 5도 적도지방에 있는 기아나 우주센터다. 태평양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카리브해로 이동한 다음 지난 12일에야 도착했다. 16일간 9300㎞ 여정의 긴 항해였다.

오는 12월 18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기아나 우주센터를 떠나면 30일 만에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 안착하게 된다.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장이 날 경우 허블처럼 우주선을 보내 수리할 수 없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경우 1990년 우주로 발사된 이후 여러 차례 우주왕복선을 투입해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제임스웹은 만약을 대비해 모든 전자부품을 2중으로 갖췄다. 관측 각도가 맞지 않을 경우 전파를 이용해 지구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세계 천문학자들의 기대는 단순히 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과학자들은 ‘허블이 모든 교과서를 다시 쓴 것처럼 제임스웹 역시 그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표현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허블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주에 관한 놀라운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체계에 강력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