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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차기 대통령, 교육 예산 전면 재설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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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제영 이화여대 기획처장·미래교육연구소장

정제영 이화여대 기획처장·미래교육연구소장

시·도 교육청의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교육재정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란 교육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가 17개 시·도 교육청에 보내주는 예산이다.

2011년 대비 2021년의 초·중·고 학생 수는 21% 정도 줄었는데도 교부금은 2011년 35조에서 2021년에 60조로 무려 42%가 늘어났다. ‘예산 남은 교육청이 묻지마 지원금을 4700억원 뿌렸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교부금을 교육감이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 공교육비 OECD 최저수준
고등·평생교육 비중 더 늘려가야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하고 논의하는 장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담당하며 정부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재정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교부금을 포함해 국가 수준의 교육재정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예산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학 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 지속해서 확대됐지만, 그 대부분은 국가장학금 예산(4조원)으로 학생에게 지원된다. 대학별 재정이 확충되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고, 국제 비교에 따르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부의 대학재정 지원은 대부분 목적성 사업 지원 방식이다. 평가 때문에 3년 정도의 주기로 신설되고 종료되기에 대학의 안정적·자율적 교육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의 평생교육 예산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1인당 교육비 지원은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년층의 웰빙을 위한 교육 지원에 대해 새로운 방향과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인구 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교육 정책과 재정 구조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4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적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방향을 재설정하고 교육재정의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교부금을 중심으로 하는 유·초·중·고 중심의 교육재정 구조를 전면 재조정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예산을 확대하는 교육재정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유·초·중·고 교육에서 개인별 맞춤형 미래 교육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재정을 줄이라는 질문에 대해 교육재정 증액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민선 교육감의 인기영합적이고 부적정한 재정 지출에 대해 국가 수준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고등교육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미래 인재 양성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장학금 지원에 머물러 있는 고등교육 투자의 방향을 실제 대학별 재정 규모가 확대되고 1인당 교육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고등교육 재정교부금, 고등교육 특별회계, 사립학교 발전기금 등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고령화에 발맞춰 평생교육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민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퇴직 이후의 행복한 삶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노인복지 중 하나가 교육지원이다. 늘어나는 여가에 다양한 평생교육 서비스를 향유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선 시즌을 맞아 수많은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토론과 논의 와중에 미래 교육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내용을 찾기 어려워 매우 아쉽다. 미래 교육을 위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재정 개혁을 제안하는 ‘교육 대통령’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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