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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소시오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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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사회적 규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거짓말·사기성·공격성·무책임함 등이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의 특징이다. 대중들이 흔히 아는 사이코패스(정신병질자) 혹은 소시오패스(사회병질자)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각각 구분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증상은 공통적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원희룡 후보의 부인 강윤형 씨가 최근 매일신문 유튜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가리켜 “소시오패스, 정신과적으로는 안티 소셜”이라고 발언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강씨가 진료하지도 않은 인물에 대한 진단을 공표한 건 의사 직업윤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원 후보는 “대선후보의 정신건강은 공적 영역”이며 “이재명 후보가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아내를 두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년 차이던 2017년 말『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가 출간됐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27명이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분석하고 그것이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개인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공적 인물에 대한 진단을 금지하는 ‘골든 워터 룰’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뒀다. 필자들은 그러나 ‘골든 워터 룰’보다 ‘경고할 의무’가 우선할 만큼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국가에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은 의회의 공격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반대로 고령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지 검사를 받으라는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린다. 정신건강은 정치공방의 쉬운 먹잇감이다.

미국의 어느 변호사 겸 법학 교수가 2014년 M.E. 토머스라는 필명으로『나,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냈다. 저자는 유능한 교수이고, 법을 어기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그는 소시오패스를 지나치게 악당 취급하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양심의 가책은 못 느낄지언정, 규칙을 어기면 불편하고 지켰을 때 이익이 크다면 당연히 지킨다면서다.

인구의 1~4%는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소시오패스건 분노조절 장애건 우리는 이들과 같이 살아가고, 때론 리더 자리도 내줘야 한다.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기보다는 법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