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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 빅테크까지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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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물류난이 빅테크 실적 우려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월말 미 LA 롱비치항 앞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물류난이 빅테크 실적 우려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월말 미 LA 롱비치항 앞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들. [로이터=연합뉴스]

공급망 병목 현상의 충격이 일파만파다. 물가 상승에 더해, 광고 가뭄으로 인한 빅테크 실적 악화 우려까지 빚어지고 있다.

사진 중심의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이 지난 21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이런 우려가 현실화했다. 스냅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7% 증가(10억7000만 달러·약 1조2600억원)했지만 시장 전망치(11억 달러)에는 못 미쳤다.

스냅은 또한 4분기 매출을 시장 예상치(13억6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11억7000만~12억1000만 달러로 예측했다.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공급 제한으로 광고를 통해 추가 수요를 창출하려는 기업의 의욕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2일(현지시간) 스냅의 주가는 하루 새 26.59%나 폭락했다.

지난 21일 LA 산페드로항에 길게 줄 선 컨테이너 트럭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LA 산페드로항에 길게 줄 선 컨테이너 트럭들. [AP=연합뉴스]

같은 날 페이스북(-5.05%), 트위터(-4.83%),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2.91%)의 주가도 급락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큰 대표적인 회사다. 알파벳도 유튜브 광고와 구글 검색 광고 등에서 많은 매출을 올린다.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가 있는 4분기는 광고 시장 대목이다. 웰스파고의 스티븐 카홀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통적으로 이때 많은 소매업체와 공급업체는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광고 위기에 급락한 알파벳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위기에 급락한 알파벳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물류 대란으로 제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장난감 전문 매체 토이인사이더의 제임스 잔 편집장은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장난감을 광고할 수는 없는 탓에 마케팅이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큰손인 전자제품과 자동차·소비재 브랜드가 공급망 대란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 위기에 급락한 트위터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위기에 급락한 트위터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알파벳과 트위터(26일) 등으로 이어지는 빅테크의 3분기 실적 발표는 광고 가뭄의 충격을 가늠할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미 빅테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설립자 댄 나일스는 미 CNBC 방송에 “구글도 영향을 받는 만큼 알파벳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광고 위기에 급락한 페이스북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위기에 급락한 페이스북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모든 걸 바꿀 것이다.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트윗을 남겼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연간 수백 퍼센트 이상으로 물가가 오르는 초(超)인플레이션 현상을 말한다. CNBC는 “전문가 대부분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지나치다고 본다”며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제어할 수단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준비 중인 도시가 인플레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CNBC는 “도시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경고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물가상승이 악화할 거란 우려 속에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9월 CPI 상승률은 5.4%로 5개월 연속 5%를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11월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1991년 이후 미국 물가상승률이 최장기간 5%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원가상승 압박에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미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지난주 미국 내 10개 제품군 가운데 9개 가격을 인상했다. 펩시는 내년 1분기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도 23일 미국 내 차량 가격을 2000~5000달러씩 인상했다. 기업의 가격 인상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키우고, 이에 다시 물가를 올릴 수 있다. 이른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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