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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가 셋, 삼성의 1위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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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3연패 이상을 무려 열다섯 번이나 경험했다. 개막 첫 달인 5월에만 세 번의 3연패(4연패 한 차례)를 당해 초반 경쟁에서 뒤처졌다. 연승은 짧고 연패가 긴, 전형적인 약팀이었다. 그 결과 KBO리그 8위(64승 5무 75패·승률 0.460)에 그쳐 5년 연속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연패 브레이커’

삼성 라이온즈의 ‘연패 브레이커’

2021년 삼성이 달라졌다. 지난 23일 대구 KT 위즈전을 승리, 리그 선두로 도약했다. 일찌감치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더 나아가 6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팀이 달라진 원동력 중 하나가 연패 관리다. 현재 시즌 3연패 이상이 세 번에 불과하다. 선두 경쟁 중인 2위 KT(6회), 3위 LG 트윈스(7회)의 절반 수준. 연패에 쉽게 빠지지 않으니 승수 쌓기에도 탄력이 생겼다. 25일까지 75승 9무 57패(승률 0.568)로 승률이 전년 대비 1할 이상 올랐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패 브레이커’를 세 명이나 보유한 덕분이다. 리그 다승 선두 데이비드 뷰캐넌(16승)과 ‘토종 원투펀치’ 원태인·백정현(이상 14승)이 패배의 사슬을 끊어낸다. 세 선수가 합작한 승리가 리그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팀 전체 승리(24일 기준 49승)와 맞먹는 44승이다. 셋 모두 리그 평균자책점 톱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후반기 출발이 좋지 않았다. 후반기 첫 5경기에서 1승에 그쳤다. 특히 8월 13일 수원 KT전부터 17일 대전 한화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개막 4연패 이후 올 시즌 가장 긴 연패 구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위 키움이 1경기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위기의 순간 백정현이 18일 한화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5연패를 저지했다. 삼성은 뒤이어 등판한 뷰캐넌과 원태인이 승리를 따내 분위기를 바꿨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삼성은 10승 이상 선발 투수가 3명이다. 큰 이탈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주고 있다는 게 크다”며 “선발이 강하면 타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만약 5점을 내야 한다면 압박감이 생길 수 있는데 3~4점으로도 충분하다면 타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덜하다. 삼성이 잘 나가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삼성 중심 타자인 김동엽도 “선발 투수들이 연패를 끊어주니까 팀이 계속 상위권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데뷔한 원태인은 매년 후반기가 문제였다. 전반기를 잘 버티다가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면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전·후반기 페이스를 고르게 유지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백정현의 반등은 더 극적이다. 2007년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던 8승(2017, 2019년)을 이미 넘어섰다.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에 이어 평균자책점이 2위다. 두 선수 모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외국인 에이스 뷰캐넌과 함께 팀 성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삼성 선발진이 워낙 탄탄해 최채흥을 불펜으로 전환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가 부침을 보여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김경기 위원은 “야구를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삼성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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