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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싹 개혁한 뒤 기본소득 논의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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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상목 회장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복지 프로그램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서상목 회장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복지 프로그램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코로나19가 가속화시켰습니다. 사회복지가 긴급히 나서야 하는데, 고용보험·국민연금 등의 사회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 같은 공적부조로는 불가능합니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을 쏟아냈다. 협의회는 답을 찾기 위해 다음달 3~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안전망 국제 포럼’을 비대면으로 개최한다. 서 회장은 지난해 11월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국제사회서비스프로젝트의 하나로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3차 포럼을 주최했고 이번이 4차 포럼이다. 이번 포럼에선 기본소득 대가인 영국의 가이 스탠딩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공동설립자,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한 핀란드의 올리 캉가스 투르쿠대 교수 등이 참석해 사회보장에 대한 정부 역할 중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한다.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서 회장은 “기본소득에는 돈이 엄청 든다.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거냐. 현실성이 있으려면 수백 개의 기존 복지 프로그램을 개혁하고 정리하고 가야 한다. 또 조세 감면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이 여유 있는 사람이다. 그걸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는 각종 복지관, 각종 복지협의체, 복지재단, 직능단체, 센터 등 복지기구가 너무 많다. 자원봉사 관련 단체도 마찬가지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걸 정리해야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선거 복지’의 한계도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까지는 복지와 경제가 충돌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복지 지출 확대가 정책 목표가 됐고, 2010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선거 포퓰리즘’이 퍼져 누더기 복지가 됐다. 밥상은 화려하지만, 손이 안 간다.”

그는 “유럽은 오히려 효율화 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반대로 간다. 그동안 ‘수당 더 주겠다’ ‘처우 개선하겠다’고만 했다. 복지의 철학이 없다”며 “이번 대선에 (선거의 특성상) 현금 복지를 늘리지 않을 수는 없으니 조금은 늘리되 한국형 복지의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지속가능한 ‘복지 재건축’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사회안전망 개혁에 기업과 비정부기구(NGO)가 어떤 역할을 할지 조명한다. 서 회장은 “정부가 다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과 개인,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나눔 행복, 행복 한국의 한국형 복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서울포럼(가칭) 같은 걸 만들어 한국형 복지를 논의하고 제로베이스에서 토대를 쌓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딴 서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13~15대 국회의원,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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