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아 건강을 우려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미룬 산모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이는 제왕절개로 살렸지만, 엄마는 끝내 아이를 안아보지 못했다.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네시주의 아만다 페리(36)는 코로나19 투병 끝에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 임신 32주에 확진 판정을 받고 곧바로 아이를 조산한 지 한 달 만이었다.
페리는 백신 미 접종자였다. 임신 초기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보건 당국은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했지만, 페리는 확신이 없었다. 본인 건강보다 태아에 미칠 영향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유산을 겪고 어렵게 얻은 아이였기에, 백신 부작용에 또다시 유산될까 봐 겁이 났다. 결국 백신 접종을 출산 뒤로 미뤘다.
백신을 맞지 않았기에 페리는 방역에 더 철저했다. 하지만 출산 두 달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확진 판정 뒤 병세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하루 사이 고열과 호흡곤란, 폐렴·유방염까지 몸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선택의 여지 없이 아이부터 꺼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페리는 일주일 뒤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는 회복되지 않았고, 페리는 출산 한 달 만에 사망했다.
페리의 사례처럼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임신부들의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임신부 백신 접종률은 31%에 머물고 있다. 전체 인구의 1차 접종률 65.5%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이들은 임신부에 대한 백신 안전성을 입증할 뚜렷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고, 이상 반응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페리도 그랬다. 임신부의 백신 접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남편 빌리는 “우리 부부는 백신 반대론자가 아니다”라며 “단지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더 확실한 정보를 원했을 뿐이다. 아내는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었다. 좀 더 고민했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까?”라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임신부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병원성을 약화한 세균을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시 중증 및 사망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할 위험이 또래 일반 여성보다 약 60~8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가 감염되면 태아 역시 위험에 빠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4월 ‘JAMA 소아 과학’에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된 임신부의 경우 조산 위험이 59%, 저체중아 분만 위험이 5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미국·영국·호주 등 전 세계 보건당국은 임신부들의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이 임신부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의료진과 상의한 뒤 판단해 접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국도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과 이득이 높다는 판단하에 지난 18일부터 임신부에 대한 접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