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명…왜이리 순진하냐" 본부장이 사장에게 사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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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황무성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녹음 파일 속에 등장하는 유한기 현 포천도시공사 사장(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발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씨는 당시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했다.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사진 포천도시공사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사진 포천도시공사

“지휘부 전전긍긍”…사표 압박 미스터리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발언 팩트체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발언 팩트체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2015년 2월 6일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던 유씨는 황 전 사장 집무실을 찾아 당일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놓은 것 아닙니까”라면서다.

거부 의사를 밝히는 황 전 사장에게 유씨는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이 “누가”라고 묻자 유씨는 “지휘부가 그러죠”라고 답했다. 유씨는 “사장님은 너무 순진하다”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황 전 사장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황 전 사장은 “당신이 엄청난 역할을 맡았구나. 정 실장이나 유동규가 직접 말은 못하겠고…”라고도 했다.

이 녹음 파일에서 유씨는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입니다” 등의 말도 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그러나, 언급된 ‘명’이 무엇인지, 발언의 맥락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공사 안팎에서는 황 전 사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이 업무 문제로 자주 부딪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공사를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면서 개발 사업 등을 잘 알았던 황 전 사장과 마찰이 잦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시장실이 2층에 있다는 이유로 ‘2층 사장’이라고 불렸는데, 유 전 본부장이 2층 사장에게 말해서 황 전 사장을 내쫓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성남도개공 2인자에서 포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연합뉴스

공사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유원’으로, 유한기씨는 ‘유투’라고 불렸다는 게 공사 관계자들 전언이다. 각각 공사의 일인자·이인자라는 뜻이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한기씨는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서 유 전 본부장이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던 기술지원TF단의 단장을 지냈다. 개발사업본부장을 거쳐 공사 퇴직 후에는 포천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포천도시공사 사장을 차례로 맡았다.

그는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던 2015년 3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AMC)로 포함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사가 선정할 때 1차 절대평가에 정민용 당시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과 함께 들어가기도 했다. 이현철 공사 개발사업2처장은 지난 6일 성남시의회에서 “‘플러스 알파(초과 이익)’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수기로 써서 개발본부장(유한기)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지침서에는 민간 개발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쏠리는 걸 방지하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졌다.

유씨는 이날 포천도시공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최근 일주일간 회사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장님은 공사 내 사업소 순찰을 나갔다”며 “최근 한 달 동안 연차 몇번을 썼던 것을 빼고는 정상 출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와 근무 경험이 있는 공사 관계자는 “황 전 사장과 유한기씨는 한신공영 출신으로 과거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다. 유씨 추천으로 황 전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왔다”며 “황 전 사장 때문에 대장동 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자 ‘네가 추천했으니까 네 손으로 걷어와’라는 뜻에서 유씨에게 사직서를 받아오게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황 전 사장 그만둘 때 아쉬웠던 기억”

검찰은 지난 24일 황 전 사장을 불러 사퇴 압박을 받은 구체적인 경위 등을 물어봤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3월 3년 임기의 절반 정도를 남긴 채 물러났다.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이끌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지사 사퇴 기자회견 후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실장이 사퇴 종용 배후로 거론된 것에 대해 “대부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황 전 사장이 그만둘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실장은 전날(24일) 중앙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문제를 의논하지 않았고, 성남시 실·국들 10여개의 산하기관의 공약 사업에 관여하지만, 세부적 내용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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