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 미사일 정도는 묵인해야" 국립외교원장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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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의 대북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홍 원장은 25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NK포럼에 참석해 미국을 향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묵인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25일 “북한이 설사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지만, 단거리 미사일 정도는 미국이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홍 원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NK포럼’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임을 전제로 “지금은 (대북) 제재를 강화할 시기가 아니라 완화하며 북한에 기회를 줘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장은 이날 포럼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 ‘대북제재 무용론’에 가까운 주장을 펴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수차례 주장했다. “스냅백이라는 조항도 있고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제재를 가할 수 있는데 왜 (미국은 제재 완화에) 머뭇거리냐”면서다. 특히 홍 원장은 “미국의 생각은 북한이 과거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한 데 대한 응징 차원으로만 (제재를) 활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제재를 좀 풀어주면서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美 북핵 해결 진정성 약해"

지난 19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명백한 무력 도발이었다. [연합뉴스]

홍 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발언도 꺼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재 등) 적대시정책에 맞서 체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라며 “대북 제재가 북핵 보유의 정당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특히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관용을 보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한민국도 순항 차원에서 (사거리) 1000㎞가 넘어가는 미사일 개발하는 중”이라며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했다.

이는 불법적으로 핵·미사일을 개발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과, 그렇지 않은 한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것이다. 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하는 만큼 한국 측에 치명적인 안보 위협임에도, 차관급 국책연구원장이 이를 묵인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 비판을 자초했다.

국립외교원장의 연이은 대북 발언 구설수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선 '평화 만들기'를 앞세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너무 문제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임현동 기자

홍 원장이 논란을 부르는 대북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홍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 평화 만들기란 차원에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어 “평화를 지킬 땐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평화를 만드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홍 원장은 국립외교원장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 8월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사실 우리가 (한·미 연합) 훈련을 하는데 북한은 훈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당시 북한이 요구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이 우리를 도발할 이유 자체를 제거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홍 원장의 누구 입장에서 얘기하는가”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