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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론자가 총으로…" 볼드윈 참사 조롱한 트럼프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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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가 알렉 볼드윈 관련 참사를 두고 인스타그램에 조롱 글을 남겼다. 사진은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 에릭 트럼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가 알렉 볼드윈 관련 참사를 두고 인스타그램에 조롱 글을 남겼다. 사진은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 에릭 트럼프. 연합뉴스

배우 알렉 볼드윈(63)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을 발사해 같이 있던 여성 촬영 감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4)가 소셜미디어에 노골적인 조롱 글을 남겼다.

트럼프 주니어 "왜 사람 겨누고 방아쇠 당겼을까?"

2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볼드윈이 연루된 참사에 대해 언급하며 “총기 규제론자(알렉 볼드윈 지칭)가 총기 수집가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광경”이라는 조롱섞인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볼드윈이 아내 힐러리아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린 뒤 “(이번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왜 배우가 촬영감독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는지, 총을 그토록 싫어한단 사람이 왜 총을 사용해 돈을 버는지, 총기 사용 안전수칙의 기본조차 모를 수가 있는지…”라고도 언급했다. 이번 사건에 볼드윈이 책임이 크다는 뉘앙스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지난 22일 알렉 볼드윈은 뉴멕시코주 산타페 남부의 한 목장에서 서부 영화 ‘러스트’ 촬영 도중, 영화 스태프가 전해준 소품용 총기를 발사해 촬영감독 헬리나 허친스(42)가 숨지고 조엘 수자(48) 감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친스는 사고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데이브 홀 조감독이 촬영장 밖에 보관 중이던 소품용 총 3정 가운데 하나를 집어 “콜드 건”이라고 외치며 볼드윈에게 건넸다. 콜드 건이란 실탄이 정전되지 않은 빈 총이란 의미다. 경찰은 우발적 사고로 보고 볼드윈과 홀 조감독에게 형사상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상태다.

총기 사고로 사망한 헬리나 허친스 감독을 기리는 추모식이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총기 사고로 사망한 헬리나 허친스 감독을 기리는 추모식이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과거 '트럼프 희화화'했던 볼드윈 비꼰 것

트럼프 주니어가 비극적 사건에 휘말린 볼드윈을 노골적인 조롱한 것은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과 볼드윈 사이의 악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볼드윈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렸을 시점에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트럼프 분장을 하고 등장해 인기를 모았다. 이후 2018년까지 꾸준히 SNL에서 트럼프를 희화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이자 총기 규제론자로도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같은 사실을 끄집어내 이번 사건과 연관지어 비꼰 것이다.

2017년 알렉 볼드윈이 SNL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7년 알렉 볼드윈이 SNL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한편, 경찰이 수사 중인 이번 총기 사고에서 볼드윈에게 총을 건넨 홀 조감독에 대한 현장 동료들의 불리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영화 소품 제작자인 매기 골이 실명으로 보낸 성명에서 “홀 조감독이 과거에 현장 안전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했고, 현장에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스태프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골은 “홀 조감독은 소품 담당자가 채근하면 그제야 현장에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스태프에게 알렸고, 촬영 후에 무기 등 소품을 제대로 반납하지 않아 소품 담당자에게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도 했다.

러스트 촬영장 총격 사건으로 경찰의 신문을 받은 뒤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알렉 볼드윈. 연합뉴스

러스트 촬영장 총격 사건으로 경찰의 신문을 받은 뒤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알렉 볼드윈. 연합뉴스

보복을 우려해 실명을 밝히지 않겠다는 또 다른 제보자 역시 “홀 조감독은 안전회의를 매우 짧게 했고 안전 규정을 멸시하는 듯했다”며 “늘 쓰는 총인데 왜 이런 회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또 “과거 한 여배우가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장면을 연기하기 전에 해당 총기가 안전한지 전문가 점검을 요청하자, 홀 조감독이 불만을 표시했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들은 촬영 현장에 폭풍우가 불었을 때도 홀 조감독이 안전 확인 없이 촬영을 강행했고, 소방차 전용 구역이나 비상탈출구 확보 등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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