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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장동 특검' 요구에 묵묵부답…野는 시정연설 침묵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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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에게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엄정 수사를 요청받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접견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접견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에서 20여분간 5부 요인(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ㆍ국무총리ㆍ중앙선거관리위원장), 3당 대표(송영길 민주당ㆍ이준석 국민의힘ㆍ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사전환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드디어 마지막 예산 시정연설을 하게 됐다”며 “나름대로 국회와 열심히 소통을 하고 싶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날 연설은 2017년 6월 추가경정예산안 때를 포함해 6번째 시정연설이자, 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꼭 그렇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한 경우가 많았고 번갈아 하면서 했는데, 전부 다 한 사람은 제가 최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시끄러운 것 같아도 그래도 할 일은 늘 해 왔고, 또 정부가 필요로 하는 그런 뒷받침들을 국회가 아주 충실히 해 주셨다”며 “예산안을 잘 처리해 주시고, 6번의 추경예산도 늦지 않게 통과시켜 주셔서 정부가 위기국면을 잘 대처할 수 있게끔 뒷받침을 잘해 주셨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발표 하기 위해 25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발표 하기 위해 25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은)87년 민주화 이후에 국회 연설을 제일 많이 한 대통령”이라며 “앞으로도 청와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직접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환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대장동 건과 관련해 더 엄격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으로 수사에 활력이 생기도록 해달라는 주장을 드렸다”며 “김기현 원내대표와 야당에선 그 얘기를 많이 드렸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중앙일보에 “문 대통령은 대장동의 ‘대’자도, 부동산의 ‘부’자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논쟁하는 성격의 자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모두 발언 이후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형식으로 환담이 진행됐다”며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의 발언 이후 추가로 대장동 등에 대한 별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시정연설이 진행된 국회 의사당엔 2개의 서로 다른 피켓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관련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관련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나는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피켓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 최강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문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 20분 전부터 국회 로텐더홀에 도열해 ‘대장동 특혜 비리 특검 수용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선 “화천대유 진짜몸통, 이재명을 수사하라”, “청와대의 하명수사 대통령은 사죄하라”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 수용’이 적힌 피켓을 책상에 올려놓은 채 기립도 하지 않고, 박수도 보내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17번의 박수로 호응할 때 국민의힘은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한 듯 야유나 별도 구호는 외치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뒤에도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 쪽 통로로 퇴장했지만 통로 주변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들어보였을 뿐 아무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출구 앞에서 마주친 김기현 원내대표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김 원내대표가 고개를 살짝 숙여 답한 것과 일부 중진들과 주먹인사를 나눈 정도를 빼곤 야당 의원과의 스킨십은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며 당직자 등의 응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며 당직자 등의 응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의원들과는 일일이 주먹인사 등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와자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당 소속 당직자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평생 지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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