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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이재명 돕자" 공개지지…되레 당내선 "도움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며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줄도 없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돈과 빽과 줄로부터 모두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돌파를 해야 한다”며 한 말이다.

‘명ㆍ낙 갈등’ 봉합 국면인데…김어준의 ‘긁어 부스럼’?

여권의 유력 스피커이자, 언론인 타이틀을 단 김씨의 발언에 당장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선 볼멘 소리가 나왔다. 정운현 전 경선 캠프 공보단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유력한 방송인으로 불리는 김씨가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ㆍ호소한 것은 옳지 않다”며 “정 그리 하고 싶으면 방송을 그만두고 이재명 캠프로 가면 된다”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이낙연 전대표와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2021.10.24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이낙연 전대표와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2021.10.24 국회사진기자단

이날은 경선 2주만에 가까스로 ‘명낙 회동’이 성사돼 민주당 ‘원팀’의 초석을 다진 날이었다. 그런데도 정 전 단장이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에 대해 이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경선 내내 친이재명 방송을 하는 김씨에 대해 캠프 차원에서 꾹꾹 눌러왔던 불쾌감이 삐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김씨에 대한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불만은 지난 10일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62% 득표율로 28%의 이 후보를 압도했을 때 한 번 폭발했다.

정운현 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정운현 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앞서 사퇴한 정세균ㆍ김두관 경선 후보의 표를 무효표로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선투표행이 갈리는 예민한 상황에서 이튿날 김씨는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6대 민주당 경선에서도 사퇴한 후보의 표를 다 무효 처리했다”며 이 후보 측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다. 이낙연 캠프에선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 정파에 편파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며 “심판이어야 하는 진행자가 선수로 뛰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지난 17일 ‘김어준의 뉴스뵈이다’에서 “보수 커뮤니티의 조직표 동원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수준의 투표가 진행됐다”며 이 전 대표 득표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지지 성향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어준 때문에 원팀 안 하고 김어준 때문에 이재명 못 찍음”(82쿡), “김어준이 죽어야 민주당이 산다”(루리웹) 같은 글이 빗발쳤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82COOK'에 올라온 김어준씨 비판 게시글. 커뮤니티 캡처

이낙연 전 대표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82COOK'에 올라온 김어준씨 비판 게시글. 커뮤니티 캡처

제2의 생태탕?…“중도층에 안 먹힐 것”

명·낙 회동으로 경선 후유증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 김씨는 25일 같은 방송에 나와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과거 문제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씨는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 관련) 부산저축은행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이 사안이 크게 보도가 안 되고 그냥 넘어가 버렸다”는 말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같다”는 이 후보의 최근 주장이 잘 부각되지 않는 게 언론탓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대장동 PF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대장동 의혹의 방어막으로 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즉각 “코미디 같은 프레임으로 물타기를 한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 김씨는 이날 다시 “이 사안은 저희가 변호사님 한번 모시고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다뤄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스피커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 김씨의 선거 개입이 득이 될 거라는 목소리는 이제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익명을 원한 정치 컨설턴트는 “지난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의 생태탕집 의혹이나 이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부풀리는 방식이 모두 10년 전 ‘나꼼수(나는 꼼수다)’ 시절과 같은 패턴”이라며 “중도층의 이반만 가속화할 뿐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선 개입으로 여권 지지층 내 김씨의 위상 자체가 쪼그라들었다”며 “지금 나서는 건 원팀에도 이 후보의 중도 공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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