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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아카데미 주연상 타놓고 “배우하기 싫다”는 이 남자

중앙일보

입력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 자신을 "엄청나게 내성적"이라고 표현한다. [중앙포토]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 자신을 "엄청나게 내성적"이라고 표현한다. [중앙포토]

내성적인 예술가를 인터뷰해서 기사를 쓰는 건 쉽지 않다.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에서도 쉬운 노릇은 아니다.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케이트 드와이어 기자와 영화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경우도 그랬던 모양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드와이어 기자는 브로디에게 “내가 당신을 (기사에서) 어떻게 그려낼 지 모르는 채 인터뷰 당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말을 건넸다고 썼다. 브로디는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있는 것 같고, 특정한 의견을 강요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다”며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그려내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1973년생인 브로디는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당시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가디언 기자와 인터뷰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은 그가 털어놓은 내성적 성격 때문이다.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영화 공식 스틸컷]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영화 공식 스틸컷]

브로디는 가디언 기자에게 “대다수 배우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즐기지만 나는 정반대”라며 “나는 방송 출연 짧게 하는 것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이날 미국의 ‘아침마당’ 격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단 몇 분 출연하기 전에도 자신에게 “잘 할 수 있을까, 실수하지 말아야 할텐데”라고 되뇌이며 긴장했다고 한다. 그는 가디언에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일하는 대신 어렸을 땐 화가를 꿈꿨다”며 “지금도 종종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대엔 미술 전공을 꿈꿨지만 불합격. 연기 전공으로 예술계열 대학에 진학한다.

연기할 때의 그는 180도 돌변한다. 조용하지만 매서운 연기력을 십분 발휘한다. 영화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약 30년간 배우로서 다양한 배역으로 존재감을 뽐내왔다. ‘킹콩’ 리메이크부터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뉴욕 스토리’까지 연기 스펙트럼도 넓다. 최신작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로 한국에서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에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브로디. AP=연합뉴스

지난 9월 에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브로디. AP=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영 배우라는 옷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가디언에 “영화에 몰입해서 나 자신을 전부 쏟아넣어도 결국 남는 것은 그 영화의 감독이 의도한 아이디어와 주제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온전히 주인공이 아니라 감독 연출의 부속품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왜 영화를 그만두지 않았을까. 브로디는 “영화보다 더 큰 의미를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해선 더 큰 단위의 숫자(돈)를 끌어들일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숫자를 불릴 수 있는 방법은 특정 타입의 영화에 출연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낸 천재 배우조차 4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방황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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