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송병일 팀장)은 25일 오후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및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전 9층 창문으로 던져 은폐를 시도한 그 휴대전화다.
변호인 참관해 디지털 포렌식 착수
경찰은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문으로 던졌다는 말이 나오자 주변 폐쇄회로 TV(CCTV) 등을 분석해 이 휴대전화를 가져간 남성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 휴대전화를 확보·압류했다. 이 휴대전화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 파손된 부분을 수리한 뒤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그대로 옮겨 확보하는 이미징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휴대전화, 컴퓨터 등 디지털 매체의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인 디지털포렌식은 포렌식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임의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모든 절차마다 해당 매체 소유자 측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증거를 출력 또는 복제하는 과정에 당사자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해당 압수수색 전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형사소송법에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과 디지털 포렌식 일정을 조율해 왔다. 앞서 유 전 본부장 측은 수사 협조 차원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정보는 저장매체의 용량에 따라 작업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고 해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통화자 누구…변호인 "드릴 말씀 없다"
경찰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나서면서 유 전 본부장의 마지막 통화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15~16일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면서 기계도 아이폰으로 바꿨다. 새로운 휴대전화 번호는 친분이 있는 극소수 지인 등에게만 알렸다고 한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2시간가량 통화한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디지털 포렌식 참관을 위해 방문한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일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절차와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