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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나라빚 1000조원 시대…韓, 재정위기관리 가장 소홀”

중앙일보

입력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2016년까지 69년 간 누적된 국가 채무 보다 2017년 이후 9년 간 늘어날 국가 채무가 더 클 정도로 최근 나라 빚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내년에는 사상 최초로 나라 빚 1000조원, 국가채무비율 50%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부터라도 나라 살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한경연]

[자료 한경연]

“韓, 항구적 지출 비중 높아”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의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간 국가채무가 782조 원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16년까지 68년 간 누적 국가채무액(627조원)의 1.2배“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선진국에 비해 재정지출 규모는 작았으나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다”며 “재정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G7 등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 지출 규모를 빠르게 축소하면서 2023년부터는 재정건전성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2020년1월∼2021.3월)는 한국이 4.5%, G7 평균이 14.2%다.

박 원장은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와 잠재성장률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정건전성 훼손을 막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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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복지예산, 재정적자 기여 최대

김원식 건국대 교수(전 재정학회장)는 “2022년 예산 604.4조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216.7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35.9%)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재정적자 기여도도 매우 높다”며 복지비 부담을 최근 재정악화 원인으로 지적했다. 재정적자 기여도란 전년 대비 예산 증가분이 당해 연도 재정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분은 17조원으로 재정적자(55.6조원)의 30.6%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교육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년 교육비 예산(83.2조원)이 전년 대비 12조원(16.9%)이나 늘었다”며 “교육비 지출이 방만하게 운영돼 교육 성과가 떨어지고 사교육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재정위기관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중 재정위기 대응에 가장 소극적인 국가 중 하나”라며 “정부정책 뿐 아니라 정당의 공약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하는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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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 감시기구 설립 검토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는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도 “모든 정부는 재정을 지금 쓰지 않더라도 다음 정부가 어차피 쓸 것이라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재정을 지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방만한 재정지출을 막으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재정운용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합리적인 복지재정 총량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향후 5년 간 복지지출 증가 속도를 GDP 대비 2%p 수준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 정부 5년 간 복지지출 비중 증가 속도(GDP대비 4%p)의 절반 수준이다.

25일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상겸 단국대 교수, 김원식 건국대 교수,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 권태신 한경연 원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옥동석 인천대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 한경연]

25일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상겸 단국대 교수, 김원식 건국대 교수,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 권태신 한경연 원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옥동석 인천대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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