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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면 '유고설' 나오면 '가짜설'···끊임없는 김정은 루머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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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고설이 다시 등장했다가 정보당국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체중이 140㎏대로 알려졌던 지난해 11월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왼쪽)과 올해 정권수립 기념(9월 9일)행사 때의 김 위원장 모습. [연합뉴스[

체중이 140㎏대로 알려졌던 지난해 11월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왼쪽)과 올해 정권수립 기념(9월 9일)행사 때의 김 위원장 모습. [연합뉴스[

미국 타블로이드 매거진인 ‘글로브’는 최신호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6일부터 6월 5일 비밀 쿠데타를 일으킨 김여정(김 위원장 여동생)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브는 “6월 이후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행사 때 갑자기 등장했는데 이 때는 대역 인물”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유고설과 함께 지난달 일본 언론에서 제기한 가짜설도 얹었다.

철저 통제 북한, 불투명한 체제가 소문 배경

국가정보원은 이 보도가 나온 직후인 24일 오후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한 정보 당국자는 “해외 언론에서 제기한 유고설은 지금부터 네 달 전의 상황”이라며 “그 정도는 정보 당국에서 충분히 확인할 만한 사안인데, 아직 관련 사실을 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미국 타블로이트 매거진인 '글로브'는 최근 김여정이 지난 5~6월 비밀 쿠데타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미국 타블로이트 매거진인 '글로브'는 최근 김여정이 지난 5~6월 비밀 쿠데타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글로브의 보도 중 6월 이후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글로브 보도에서 비밀 쿠데타가 벌어진 기간이라는 5월 6일부터 6월 5일까지 세 차례의 공개활동(보도일 기준)을 했고, 6월 5일 이후에도 27차례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이 기간 당 정치국 회의는 물론 당 전원회의,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 관람 등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지난달 8일 저녁 북한의 열병식 관련 움직임이 거의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려진 점을 보면 쿠데타와 같은 큰 사건이 넉 달 이상 감춰지겠냐”며 “김 위원장이 대역이라면 직접 옆에서 보고 듣는 측근의 입을 막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15일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생일날 참배를 하지 않은 직후 CNN 등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중태설을 보도했다. 당시 그가 묘향산 인근에서 스텐트 시설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왔다. 이 보다 앞선 2019년에도 유사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가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으면 유고설이, 등장하면 가짜설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착용한 안경테 부근의 모습 변화.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착용한 안경테 부근의 모습 변화. [연합뉴스]

북한 최고 지도자를 놓고 틈만 나면 유고설, 대역설이 나오는 근본 원인은 북한의 불투명한 체제 때문이다. 내부에서의 정보 유통이 극도로 제한된 데다 국내 사정이 외부로도 알려지지 않는 밀봉 체제이니 소문이 돌아도 이를 쉽게 확인할 길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이 과거 상당 기간‘김정운’으로 알려져 있었던 게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전직 정보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정보유통을 통제하고 있어 검증이 쉽지 않은 데다, 최고지도자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수령제 사회”라며 “정확한 정보 없는 이른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 몇 단계를 거치며 확장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유고설이나 대역설이 나오곤 했다.

1986년 김일성의 사망설이 돈 것을 시작으로 김정일 시대엔 수시로 유고설이 돌았다. 1992년 김 위원장이 말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거나, 1994년 집무실에서 피격당해 사망했다는 소문이 그렇다. 대부분의 ‘설’들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하거나 김일성 사망 등 한반도 주변에 거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다. 하지만 2008년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을 제외하곤 모두 건재를 과시했다.

단, 이번에 미국 매체가 전한 쿠데타설은 다이어트가 불러온 여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그간 김일성 일가가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과체중으로 인한 성인병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계속됐다. 그런 그가 올해 들어 다이어트를 통해 20㎏안팎의 '살까기'(다이어트)를 하자 건강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미국 매체의 쿠데타설 보도와 관련 한 탈북자는 “북한은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할 정도로 최고지도자를 신성시하는 사회”라며 “미국의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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