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50억”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의 통큰 기부

중앙일보

입력 2021.10.25 13:00

업데이트 2021.10.25 16:27

안드로이드 로봇 '휴보(왼쪽)'를 만든 오준호 KAIST 교수가 지난 2016년 휴보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촬영한 사진. [중앙포토]

안드로이드 로봇 '휴보(왼쪽)'를 만든 오준호 KAIST 교수가 지난 2016년 휴보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촬영한 사진. [중앙포토]

로봇 공학자 오준호(67)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대학 측에 50억원을 기부했다. KAIST에서 창업한 기업이 교내에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고액이다.

KAIST는 25일 ‘오준호 교수 감사패 전달식’을 열었다. 오 교수는 혼다가 개발한 로봇(아시모·2000년)에 이어 200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두 발로 걷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휴보’)을 개발한 인물이다. 인간처럼 걷는 휴보가 세상에 태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에서 ‘휴보 아빠’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과학자다.

오 교수가 기부를 결정한 건 그가 KAIST 교원 창업 형태로 벤처기업을 창업했기 때문이다. 애초 KHR1·KHR2·KHR3·KHR4 등 그가 개발한 초기 휴보 모델은 KAIST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휴보가 유명해지자 미국·싱가포르에서 휴보 8대 공급 요청이 들어왔다.

로봇을 판매하려면 연구실 수준의 완성도를 넘어서야 하고 사후관리(AS)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형태로 휴보를 제작할 필요가 있었다. 서남표 당시 KAIST 총장 등의 권유에 따라 2011년 교원 기업(레인보우로보틱스)을 창업했다. 오 교수는 KAIST의 39번째 창업 교원이다.

국내 최초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일명 '휴보 아빠'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카이스트에 발전기금 50억원을 쾌척했다. 오 명예교수의 이번 기부는 KAIST에서 창업한 기업이 교내에 쾌척한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이날 오후 오준호 명예교수(왼쪽)가 카이스트 회의실에서 열린 '감사패 전달식'에 참석, 이광형 총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최초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일명 '휴보 아빠'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카이스트에 발전기금 50억원을 쾌척했다. 오 명예교수의 이번 기부는 KAIST에서 창업한 기업이 교내에 쾌척한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이날 오후 오준호 명예교수(왼쪽)가 카이스트 회의실에서 열린 '감사패 전달식'에 참석, 이광형 총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혁신연구→기술사업화→사회가치창출”

학교의 지원에 힘입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DRC-휴보)은 2015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주최한 세계 재난 로봇 경진대회(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미국·일본 등 로봇 강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동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당시 이 대회에 참가했다가 휴보에 무릎을 꿇었다.

휴보는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재난형 로봇(DRC휴보)이 두 발로 저벅저벅 걸어간 뒤 150m를 오 교수에게 성화를 넘겼다. 오 교수는 이어 ‘과학꿈나무’ 이정재 군이 올라탄 탑승형 로봇(FX2)이 들고 있는 성화에 불꽃을 옮겨 붙였다. 올림픽 성화 봉송 역사상 로봇들이 주자로 참여한 건 평창올림픽이 처음이다.

오준호 KAIST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닮은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알버트 휴보'를 개발해 APEC 정상회담장에서 선보였다. [중앙포토]

오준호 KAIST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닮은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알버트 휴보'를 개발해 APEC 정상회담장에서 선보였다. [중앙포토]

오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20%(400주)를 2013년 KAIST에 기부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이 주식의 가치도 꾸준히 커졌다. 2017년 액면분할을 거쳐 400주가 4000주로 늘었고, 2018년 무상증자 과정에서 20만 주로 불었다. 지난 2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KAIST는 이 중 19만8000주를 현금화했다(약 50억3900만원).

오 교수는 “대학에 투자한 연구비 덕분에 창업하고, 창업 기업이 상장해 유입된 돈을 다시 대학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의 선례를 남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KAIST는 오 교수의 기부금을 ‘오준호 기금’으로 명명했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오 교수는 혁신적인 연구를 하고, 연구 성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으며 국민이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었다”며 “KAIST 교수·학생들이 기술 창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교수직에서 물러난 오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하며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과 4발로 걷는 로봇, 천문·우주 관측기구 개발 등 로봇 연구를 총괄한다.

2016 호암상을 수상한 인물들. 앞줄 왼쪽부터 과학상 김명식 박사 부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황교안 국무총리, 호암재단 손병두 이사장, 예술상 황동규 시인 부부. 뒷줄 왼쪽부터 사회봉사상 김현수·조순실 공동대표, 의학상 래리 곽 박사 부부, 공학상 오준호 박사 부부. [중앙포토]

2016 호암상을 수상한 인물들. 앞줄 왼쪽부터 과학상 김명식 박사 부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황교안 국무총리, 호암재단 손병두 이사장, 예술상 황동규 시인 부부. 뒷줄 왼쪽부터 사회봉사상 김현수·조순실 공동대표, 의학상 래리 곽 박사 부부, 공학상 오준호 박사 부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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