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졌다”…대전 용산지구 아파트 학부모들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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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이 학교 용지 반납 
"입주는 다가오는데 아파트 단지에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어 큰 걱정입니다."

대전시 유성구 용산지구 입주 예정 주민들이 학교 시설 대책을 마련하며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입주 예정 주민]

대전시 유성구 용산지구 입주 예정 주민들이 학교 시설 대책을 마련하며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입주 예정 주민]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윤모씨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23년 상반기 이사할 유성구 용산지구 아파트(3500여 가구)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7살인 자녀가 입주 후 1㎞ 이상 떨어진 용산초등학교까지 4~6차로를 두 차례나 건너다녀야 할 상황이어서다.

주민들은 대전시교육청의 오판 행정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용산지구 아파트 단지에는 택지개발업체가 부지 조성 당시 학교와 유치원 용지(1만1900㎡)를 확보했다. 그런데 대전시교육청이 2018년 학교 신설 계획을 없앴다. 교육청은 '예상 학생 수가 500여 명 정도여서 인근 학교를 증축해 수용하면 가능하다'며 대전시와 협의를 거쳐 초등학교 용지를 반납했다.

단지 학생 수요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아 
이후 증축 불가 판정을 받았던 용산초를 일부 증축하는 것으로 변경해 이 아파트 단지 학생들을 수용하는 쪽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입주 예정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입주 시기 초등생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780명가량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대전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입주 예정 주민들은 “주민 가운데 절반가량만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실제 학생 수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며 “젊은 부부와 다자녀 가구 등 등에 특별공급 물량이 늘면서 취학 아동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자녀 등이 다녀야 하는 용산초는 현재 재학생인 450여명보다 2배나 많은 학생을 추가로 수용하게 됐다. 기존 교실을 증축하거나 컨테이너 등으로 새로 교실을 마련하더라도 한반 정원이 40명을 넘는 초과밀학급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1000명 넘는 학생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교육청은 뒤늦게 인근에 학교 신설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용지 확보가 쉽지 않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전 조사에서 학생 수가 다소 적게 나왔어도 일반적으로 학교 용지를 확보한 뒤 추이를 지켜보는데, 서둘러 학교 용지를 반납하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 "용지 반납 경위 감사 요청" 
입주 예정 주민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학교 부지 해제 결정이 교육감도 아닌 국장 전결로 이뤄졌다"며 학교 부지 해제 결정 과정과 용산초 증축 불가 판정의 번복 과정 등을 조사해 달라고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학교 부지 해제로 공동주택 면적이 넓어지면서 시행사와 시공사의 사업이익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당시 교육청 실무자 의사 결정 과정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실무자는 현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다른 지역 초등학교 인근 용지 투기를 한 혐의로 사법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에 건설중인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대전시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반납하는 바람에 입주민 자녀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에 건설중인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대전시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반납하는 바람에 입주민 자녀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올해 들어 대전시청과 교육청 등에서 초등학교 신설 대책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왔다. 최근 대전시의회 구본환 교육위원장이 시와 교육청·업체·주민 등을 만나 아파트 준공 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당사자 간 입장차가 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교 용지 삭제로 재산상 이득을 본 업체 측은 행정 처리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내세우고 있다. 윤씨는 "대규모 아파트에 학교가 없어 학부모 모두 애가 타고 있으나 대전시청이나 교육청·업체 등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곳이 없다"며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받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 늦기 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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