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마리의 메리노 양 떼와 100여 마리의 염소가 24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가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겨울이 되면 양치기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가축을 이동시키던 600년 전 풍습을 재현하는 '양 떼 이동 축제(Fiesta de la Trashumancia)'가 열리면서다. 마드리드는 과거 양 떼가 이동하던 주요 경로였다.
오전 10시께 마드리드 카사데캄포 공원에서 시작된 양 떼의 행진은 양치기들이 시청에서 요금을 치르는 동안 잠시 쉬었고, 오후 2시께 완전히 시내를 벗어났다. 양치기들은 망토와 모자, 굽이 높은 전통 신 차림으로 양들을 몰았다.
중세의 이 지역 양치기들은 여름철 목초지에 살던 양을 겨울이 오기 전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시켰다. 스페인 왕실은 1418년부터 공식적으로 시내 통과 허가를 내줬다. 당시의 계약에 따르면 양치기들은 양들이 도심을 지나가는 대가로 1000마리당 50코인을 내기로 했다. 그 관행은 지금까지 이어져 옛 모습을 재현하는 축제에서도 마드리드 당국은 과거와 똑같은 요금을 받고 있다.
양 떼의 마드리드 통과는 오랫동안 금지됐다. 1561년 스페인 국왕 필립 2세가 수도를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옮기며 양들이 이동하는 길을 막아버렸다. 목동이 양을 이끌고 다시 마드리드 도심에 등장한 것은 1994년. 스페인 농업부와 마드리드 관광 당국이 옛날 양치기들에게 가축을 끌고 도시를 지날 권한을 부여했던 규정에 착안해 양 떼의 행진을 축제로 부활시켰다.
하지만 최근 마드리드 근교의 전통적인 방목 양치기와 자유로운 이동은 도시의 확장과 현대적인 농업방식의 확산으로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