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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스티커로 ‘다꾸’하듯 전사지 붙여 나만의 유리컵 만들어요

중앙일보

입력

우유를 담으면 흰색으로, 딸기를 담으면 분홍빛으로. 유리는 품는 물체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이런 유리를 재료로 만든 제품 또는 그 제작기술을 유리공예라고 해요. 유리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고고학 자료에 의하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죠. 우리나라에선 구슬류를 중심으로 한 유리공예가 성행했는데, 통일신라시대까지 유리는 보석과 같은 귀중품으로 여겨져 팔찌·목걸이 등 장신구로 주로 활용됐어요.

김태인(왼쪽) 학생모델·황승민 학생기자가 오브유 공방을 찾아 유리 전사지 공예를 체험했다. 완성한 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두 사람.

김태인(왼쪽) 학생모델·황승민 학생기자가 오브유 공방을 찾아 유리 전사지 공예를 체험했다. 완성한 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두 사람.

유리는 특유의 투명하고 반짝이는 재질 덕에 사랑받지만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요. 또, 유리를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고열로 가열하는 과정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요. 유리공예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죠. 하지만 유리공예는 ‘유리 불기’처럼 새로운 유리를 생성하는 기법 외에도 완성된 유리 제품을 활용해 장식을 더하거나 유리 조각을 붙여 새로운 장식품을 만드는 등 넓은 제작기법을 포함합니다. 유리 완제품에 오색 종이를 붙여 가공하는 ‘유리 전사지 공예’도 그중 하나죠. 유리 전사지 공예를 체험하기 위해 김태인 학생모델·황승민 학생기자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오브유 공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오브유 공방 이지현(가운데)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유리 전용 전사지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브유 공방 이지현(가운데)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유리 전용 전사지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브유 공방 이지현 대표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어요. “유리 전사지 공예는 유리 자체를 다루는 공예는 아니고, 유리공예에 속하는 하위 카테고리의 활동이에요. 전사지를 오려 붙이는 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리가 깨지지 않게만 주의한다면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체험에 앞서 이 대표가 유리 전사지 공예에 관해 설명하며 두 사람을 안심시켰죠.

태인 학생모델이 “공예에 쓰이는 전사지가 무엇인지” 묻자 이 대표는 “글자·그림을 인쇄하는 종이로, 판박이 스티커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의류·도자기·유리 등 밑바탕이 되는 재료에 따라 전사지의 종류도 다양하죠. 유리공예에 쓰이는 전사지는 유리 전용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어요. 유리공예용 전사지의 경우 물에 담가놓은 뒤 꺼내면 무늬가 있는 면과 뒷면이 쉽게 분리되죠. 무늬 면을 물체에 붙여 장식합니다. 유리 전사지 공예는 페인팅 공예와 주로 비교되는데요. 페인팅은 그러데이션·가는 선 등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지만,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죠. 반면 전사지는 직접 그리는 것처럼 세밀한 작업은 어려워도 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선택한 전사지를 물에 담가 뒷면을 분리한 뒤 유리에 붙인다. 물기·기포를 제거하면 완성.

선택한 전사지를 물에 담가 뒷면을 분리한 뒤 유리에 붙인다. 물기·기포를 제거하면 완성.

전사지를 붙여 꾸민 유리 제품은 600℃의 뜨거운 가마에서 구워 완성합니다. 유리 불기 작업을 할 때는 1500℃까지 온도를 높여 액화 상태로 만들지만, 전사지 공예에 쓰이는 유리는 한번 가공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온에서 구울 경우 녹아내릴 수 있어요. 가마에 넣을 땐 제품 간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유리가 서로 붙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설명을 들은 승민 학생기자가 “섬세한 작업 같은데, 혹시 전공이나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지” 궁금해했죠. “유리·도자 공예 전공이 따로 있긴 하지만, 전 회화·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전공 수업에서 전사지를 처음 접했는데,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에 매력을 느껴 따로 시간을 내 열심히 공부했죠. 직접 발품 팔며 구매처 사장님들께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새로운 전사지가 나오면 여기저기 테스트도 해보면서요. 유리 전사지 공예를 하기 위해 꼭 유리와 관련한 전공을 가져야 한다거나 자격증이 따로 필요하진 않아요. 하지만 처음 전사지에 대해 연구하며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과거의 저 같은 분들을 위해 오브유 공방에서는 창업반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 대표의 손글씨로 제작된 알파벳 전사지. 노란색의 바탕 부분은 가마에 구워내면 투명하게 변한다.

이 대표의 손글씨로 제작된 알파벳 전사지. 노란색의 바탕 부분은 가마에 구워내면 투명하게 변한다.

“전사지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민 학생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우선 종이를 오려 붙이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죠. 학교 다니면서 가위질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또, 전사지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과정에서 깊게 몰입하게 되고 잠시나마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작업하며 어느 정도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 등 활동이 자유롭답니다.”

태인 학생모델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유리 전사지 공예 작품이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유치원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을 만나봤는데요. 5세 유치원 친구들과 단체수업을 진행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남네요. 어린 나이인데도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집중해 전사지를 만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또, 성인 수강생은 기존 작품을 모방하거나 똑같이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5세 친구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또렷하더라고요. 아이들만의 개성 넘치는 작업물이 많이 나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재미있었죠. 오늘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들 작품도 기대됩니다.”

글씨·그림·패턴 전사지부터 자유롭게 오릴 수 있는 색 전사지, 모양 펀치 등 유리 전사지 공예 재료들.

글씨·그림·패턴 전사지부터 자유롭게 오릴 수 있는 색 전사지, 모양 펀치 등 유리 전사지 공예 재료들.

기본 사항을 익힌 학생기자단은 이 대표의 지도에 따라 유리 전사지 공예에 돌입했어요. 책상 위에는 각종 전사지·가위·칼·연필·종이·물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죠. 각자 꾸미고 싶은 테마를 종이 위에 스케치했는데, 태인 학생모델은 유리컵 전면에 마음에 드는 문구를, 승민 학생기자는 가지각색 도형 모양을 붙이기로 결정했죠. 빠르게 작업에 돌입한 두 사람. ‘ You are precious like me, I am special like you’에 맞는 알파벳을 하나하나 오리며 몰입하던 태인 학생모델이 “이 글씨체는 무엇인지” 묻자 이 대표는 “직접 손으로 써 주문 제작한 전사지”라고 답했죠. “기존에 있는 글씨체인 줄 알았다” “너무 예쁘다” 학생기자단의 감탄이 이어졌습니다.

가위로 오리기 힘든 작은 무늬는 모양 펀치로 찍어낸다. 하트·별·꽃 등 웬만한 무늬는 구비돼 있다.

가위로 오리기 힘든 작은 무늬는 모양 펀치로 찍어낸다. 하트·별·꽃 등 웬만한 무늬는 구비돼 있다.

오린 전사지는 물에 담가 불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은 30초~1분이 적당해요. 억지로 앞면과 뒷면을 분리하려고 하다가는 종이가 찢어지거나 손상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물에 젖은 전사지는 엄지와 검지로 살짝만 밀어도 슥~ 떨어지죠. 무늬가 있는 앞면은 앞뒤 구분 없이 유리에 붙일 수 있어 좌우 반전 같은 복잡한 원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먼저 승민 학생기자가 네 잎 클로버 모양의 전사지를 조심스레 떼어냈습니다. “원하는 위치에 붙인 뒤 휴지로 지그시 눌러 물기를 제거하고요. 전사지와 유리 사이에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살살 밀어주세요. 기포가 있거나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나중에 가마에서 유리를 구울 때 전사지가 터질 수 있거든요.”

김태인 학생모델이 좋아하는 문구가 담긴 유리컵(위 사진)과 불규칙한 무늬를 덧붙여 완성한 황승민 학생기자의 작품.

김태인 학생모델이 좋아하는 문구가 담긴 유리컵(위 사진)과 불규칙한 무늬를 덧붙여 완성한 황승민 학생기자의 작품.

“전사지를 겹쳐 붙여도 되나요?” 승민 학생기자가 묻자 “두 장 정도는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겹쳐 붙여도 색이 나오긴 하지만, 3장 이상 겹칠 경우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가마에 구운 뒤 색이 잘 나오지 않거나 구멍이 났다면 전사지를 덧붙여 수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안심하며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돌입한 두 사람. 태인 학생모델이 창의성을 발휘해 컵 밑면에 커다란 꽃을 붙이자, 승민 학생기자는 컵 손잡이에 자신의 영어 이름을 새겼습니다. 전사지를 불규칙하게 오려 붙인 오브유의 기존 제품에서 영감 받아 여러 색의 전사지를 마음껏 활용했죠. 2시간의 작업 끝에 각자 개성이 가득 담긴 유리컵이 완성됐어요. 유리컵은 가마에 굽는 과정을 거쳐 약 3주 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학생기자단은 설레는 표정으로 “어서 3주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죠. 기다림의 미학까지 갖춘 유리 전사지 공예를 즐기며 차분하게 마음을 환기해 본 하루였습니다.

다양한 유리공예의 세계

유리를 주재료로 하는 유리공예는 제작법·용도·부재료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뉩니다.

유리 불기
유리공예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꼽히는 유리 불기는 액화 상태의 유리를 쇠로 만든 대롱 끝에 묻힌 뒤 입김을 불어 넣어 성형하는 기법이다. 도구를 이용해 자유롭게 만드는 방법(free blowing)과 거푸집에 불어넣어 형태를 만드는 방법(mold blowing)이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안료를 칠하거나 넣은 색유리나 표면에 금속산화물을 붙인 색유리 조각으로 그림이나 무늬를 짜 맞춘 유리판. 12세기 이후 서양의 교회·성당 등 고딕 양식의 건축에 많이 활용됐다.

모자이크
작은 색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전체적으로 장식적인 무늬를 이루도록 만드는 기법. 작은 삼각형·4각형의 조각을 규모가 큰 벽이나 바닥의 표면에 붙인다.

선 캐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밝은 태양 빛의 기운을 집 안으로 불러오기 위해 사용하던 풍수 아이템에서 유래했다. 유리·구슬 등 빛을 반사하는 재료를 엮어 사용하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인다.

오브유

오브유

유리 전사지 공예
유리 전용 전사지를 활용해 꾸민 뒤 가마에 구워 완성하는 유리공예. 물이 닿으면 판박이 스티커처럼 떨어지는 전사지를 오려 붙여 유리컵·유리 접시 등을 장식한다.

유리 페인팅 공예
유리컵에 유리 전용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린 후 가마에 굽는다. 장식에 제한이 없고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리 각인 공예
다양한 장식기법으로 유리에 글자·그림·무늬 등을 새긴다. 레이저 각인, 그라인더로 표면을 긁어내는 인그래이빙(engraving), 연마기로 갈아 면·선 등 문양을 만드는 커팅(cutting) 등이 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취재 전 ‘작은 유리잔 안에 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 낼까’ 고민에 빠졌죠. 그 순간 담임선생님께서 반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신 ‘넌 참 소중해, 딱 나만큼. 난 참 특별해, 딱 너만큼(You are precious like me, I am special like you)’이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글귀에 맞게  알파벳 하나하나 정성들여 잘라 붙이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였죠. 집에 돌아와 공방에서 찍은 유리잔 사진을 보며 ‘우리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문장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어요. 따뜻한 분위기의 공방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과 머리를 뻥 뚫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태인(서울 영훈국제중 1) 학생모델

평소에 미술이나 공예에 관심이 많아 이번 취재가 더욱 기대됐어요. 공방에 들어가자마자 아기자기하고 다양하게 디자인된 유리컵·접시·문구류에 눈길을 빼앗겼죠. 사실 이번 취재 전엔 전사지라는 재료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직접 전사지를 활용해 유리를 꾸며보니 마치 마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에 넣으면 아래에 있는 종이는 떨어지고 셀로판 같은 윗면만 남아 원하는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또 유리 전사지 공예에 도전할 거예요. 그땐 친구들에게 선물할 예쁜 컵을 만들고 싶어요.  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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