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자 사망…운명의 25분, 구급차 지각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5 05:00

감염병 전담 구급차 내부모습. 감염예방을 위해 실내에 비닐이 둘러쳐져 있다. *사진 속 구급차는 서대문 재택치료 환자 이송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 독자

감염병 전담 구급차 내부모습. 감염예방을 위해 실내에 비닐이 둘러쳐져 있다. *사진 속 구급차는 서대문 재택치료 환자 이송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 독자

2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재택치료 중인 6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당시 이 환자를 병원에 이송해야 할 ‘감염병 전담 구급차’는 119 신고 후 39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환자는 전담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 뒤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감염병 전담 구급차와 음압 구급차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당국 2대 출동지시했으나  

2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119신고는 지난 21일 오전 6시 51분쯤 이뤄졌다. 신고자는 확진자 A씨(68)의 부인이었다. ‘남편이 자가격리 확진자인데 기력저하가 나타났다’는 내용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현행 방역지침상 자가격리는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PCR(유전자 증폭)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을 때 적용된다. 하지만 신고내용 중 확진환자라고 밝힌 만큼 소방당국은 일반 구급차와 감염병 전담 구급차 2대의 출동을 지시한다.

일반 구급차는 신고접수 2분 뒤 출동했다. 현장엔 이날 오전 7시 5분 도착했다. 그러나 감염병 전담 구급차는 이보다 10분 뒤 출발, 현장엔 7시 30분이 돼서야 다다랐다. 신고가 이뤄진 지 39분 만이다. 상황이 긴박해졌다. 기력저하인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다. 구급대가 심폐소생술 실시하며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오전 8시 5분 도착) 조처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오전 9시 30분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비닐 두르기·소독 작업에 1~2시간 걸려 

현재 사용 중인 감염병 전담 구급차는 음압 구급차와 같은 특수차량이 아니다. 기존 쓰던 일반 구급차에 감염 방지를 위해 내부에 비닐을 두른 차량이다. 현재 119구급대가 코로나19 환자 이송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올해 1~8월간 구급대원의 코로나19 환자 이송은 18만5757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774건이다. 이송 뒤엔 기존 비닐을 뜯고 재설치해야 한다. 그때마다 소독작업도 벌인다. 당일 출동지령이 떨어진 구급차는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통상 비닐 두르기, 소독 등 작업에 1~2시간가량 걸린다”며 “(구급차량 내) 감염을 예방해야 하므로 허투루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자를 태운 구급차.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자를 태운 구급차.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턱없이 부족한 감염병 전담 구급차 

다음 달 초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방역수칙 완화에 따른 확진자 증가가 예상된다. 재택치료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염병 전담 구급차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용 중인 감염병 전담 구급차는 20대다. 단순계산으로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에 한 대씩 배치도 어렵다. 이에 권역별로 운용 중이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에 음압 구급차 배치를 늘려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 음압 구급차는 21대뿐이다. 내년에 55대, 2023년에 49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전국 소방서는 226곳으로 현 도입 계획상 각 소방서에 한 대씩 배치하려 해도 2026년에야 가능하다.

정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할 것" 

이밖에 이번 재택치료 환자 이송 과정에서 중수본-소방당국간 제한적 정보공유, 병상배정의 문제점 등도 드러났다. 정부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택치료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29일까지 현장점검을 할 것”이라며 “(재택치료) 대상자 분류부터 응급상황 발생에 따른 이송체계 등 모든 체계를 세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달간 재택치료 시행 환자는 8529명(9월 30일~10월 23일)이다. 이중 재택에서 생활치료센터로의 전원사례는 93건, 의료기관으로 이송은 330건으로 나타났다. 사망환자는 A씨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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