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목조목 따져 묻는 12세 소녀 지적에…멕시코, 백신 정책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5 05:00

업데이트 2021.10.26 13:20

멕시코에서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변화를 이끈 12세 소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은 줄마 곤잘레스 가르시아. 2분짜리 영상 하나로 멕시코 어린이·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까지 바꿨다.

멕시코의 줄라 곤잘레스 가르시아(12)가 보건부 장관에게 ″18세 미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트위터 캡처]

멕시코의 줄라 곤잘레스 가르시아(12)가 보건부 장관에게 ″18세 미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트위터 캡처]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르시아가 멕시코의 미성년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논쟁을 촉발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지난 9월 3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 하나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영상에서 멕시코 보건 장관에게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내 입장이 되어봐(Stand in my shoes)’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수백 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청소년과 부모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가르시아가 이 영상을 찍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1형 당뇨를 앓고 있던 가르시아는 대면 수업 재개를 앞두고 백신 접종이 시급했다. 그러나 18세 미만에게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접종 대상에 오르지 못했고, 이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9월 초 법원은 가르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백신 접종일을 기다리던 그때 주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을 가로막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사를 놓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감염 불안 속에 백신을 맞을 날만 기다렸던 가르시아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그날 밤, 가르시아는 곧장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보건부 장관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문하고 있는 가르시아. [트위터 캡처]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보건부 장관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문하고 있는 가르시아. [트위터 캡처]

가르시아는 영상에서 휴고 로페즈 가텔 보건 장관을 겨냥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책 문제를 하나 하나 따졌다. 가르시아는 가텔 장관의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텔 장관이 온라인으로 연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르시아는 “장관님, 저를 기억하시나요?”라며 당시 자신의 질문에 장관이 답했던 내용을 상기시켰다. 이에 따르면 당시 가르시아는 “저처럼 당뇨병 등 질환을 앓고 있는 10대도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느냐”고 물었고, 가텔 장관은 “그렇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사람들이다”라고 응답했다.

가르시아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영상을 근거로 제시하며 “그런데 왜 백신 접종 정책에서는 저처럼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은 고려하지 않느냐”며 “나는 당장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거까지 제시하며 주장을 펼치는 가르시아의 모습에 또래 청소년과 부모들은 박수를 보냈다. 10대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해시태그 #VaccinateKids를 통해 미성년자도 백신을 맞을 권리가 있다고 요구했다.

파장이 커지자 가텔 장관도 해명에 나섰다. 다만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은 더 큰 위험에 처한 성인을 위한 백신 1개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보다 사고사가 더 많다”며 백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0일 멕시코 의료진이 청소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는 12~17세 청소년 중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만 허가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 멕시코 의료진이 청소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는 12~17세 청소년 중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만 허가했다. [AP=연합뉴스]

그의 해명은 “어린이의 안전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만 더 키웠다. 가텔 장관은 결국 지난달 10일 “당뇨·암 등 기저질환이 있는 12~17세 청소년,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가르시아가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 만이었다.

다만 이번 변화가 1200만여 명의 청소년 전체에 적용되는 건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멕시코 전역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청소년과 부모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가르시아는 앞으로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등교한다는 가르시아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나는 백신을 원하는 사람들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영국을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12세 이상에도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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