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정하의 시시각각

작지만 큰 변수, 안철수ㆍ심상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정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당초 내년 3월 대선은 2012년 대선(박근혜 vs 문재인)처럼 보수와 진보가 총결집하는 거대한 양자 대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보수는 지난 4월 재ㆍ보선을 계기로 후보 단일화의 흐름이 만들어졌고, 진보는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주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영 시원찮았다. 그런데 요즘 이런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꽤 생겼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나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등이 모두 비호감도가 높아서 득표 확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 비호감도 높아 #안ㆍ심, 최근 6~10% 지지율 기록 #막판까지 여야의 구애 치열할 듯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한국갤럽 제공]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조사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4자 가상대결 시 이재명 후보 34%, 윤석열 전 총장 3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9%,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전 총장 대신 홍준표 의원을 대입하면 이재명 33%, 홍준표 30%, 안철수 10%, 심상정 8%였다.
 또 지난 18~20일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이재명 35%, 윤석열 34%, 안철수 7%, 심상정 6%였다. 홍준표 의원을 넣으면 이재명 35%, 홍준표 32%, 안철수 8%, 심상정 6%다.(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6~10%에 달하는 안 대표와 심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팽팽한 구도일 때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만한 수치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게 안 대표의 거취다. 안 대표는 4월 재ㆍ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막판에 극적으로 성사시켜 야권의 서울시장 탈환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 추진을 공언하면서 “야권이 분열되지 않고 대선을 치러서 반드시 정권교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공교롭게 안 대표와 사이가 나쁜 이준석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양측의 관계는 급속히 멀어졌다. 이제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대선 독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세빛둥둥섬 앞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4월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세빛둥둥섬 앞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 대표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국민의힘에는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주축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견인해야 할 그룹이기도 하다. 만약 안 대표가 내년 대선을 완주한다면 이재명 후보와 피 말리는 계가(計家) 싸움을 벌여야 할 국민의힘 후보에게 대형 악재가 될 게 틀림없다.

 반면에 심상정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고민거리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오랜 선거 연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2020년 총선 때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정의당의 뒤통수를 너무 세게 때려버렸다. 배신했다고 정의당으로부터 온갖 욕은 다 먹었어도 민주당은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으니 그 자체로는 크게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어서 대선 때가 되자 민주당 입장에선 정의당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형국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가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이 후보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가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이 후보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현재로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대선 연대는 황당한 얘기다. 지난 20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심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 면전에서 이 후보를 ‘죄인’으로 몰아세웠다. 이 후보와 선을 긋고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절대로 안 되는 건 절대 없다. 정의당의 도움이 꼭 필요하단 판단이 서면 민주당은 어떻게든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게 분명하다. 만약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후보 단일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이 온다면 더욱더 그렇다. 섣부른 얘기지만 민주당이 대선 연대의 조건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ㆍ울산시장의 공천권을 정의당에 넘기겠다는 파격 제안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정부에서 노동ㆍ환경부 장관을 정의당에 맡긴다고 할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안 대표와 심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이들이 대선 막판까지 거대 정당 후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뜨거운 변수가 될 공산은 충분하다.

김정하 정치디렉터

김정하 정치디렉터